아티스트 데이트 첫 번째 이야기 (2025년 7월 18일)
언제나 데이트는 첫 데이트가 중요하다. 첫 데이트가 성공해야 두 번, 세 번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디를 가나, 무엇을 먹나, 어떤 놀이를 하나, 그런 생각보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데이트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아야 하니까. 상대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해야 성공적인 데이트가 될 수 있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나의 성향과 취향을?
나의 아티스트 나의 창조를 돕는 나 자신과의 첫 번째 데이트는 좀 설렌다.
무엇보다도 나의 아티스트는 편안함을 추구한다.
중2 때 나의 일기장에 나는 우정의 정의를 이렇게 썼다.
“침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
그 정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해서는 내가 편안해야 하고, 함께 있는 순간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나의 아티스트와 함께한 첫 번째 데이트는 아중호수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쌓아놓고 읽기로 정했다.
그리고 호수를 바라보며 노래를 감상하기도 가능한 아중호수 도서관은 첫 데이트 장소로 최적의 장소다.
데이트 코스에서 가장 난항은 언제나 주차다. 주차가 어려우면 집 밖에 차를 가지고 나가기가 싫으니 말이다.
게다가 날씨는 왜 이리 덥나? 데이트 약속은 했는데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가기로 했으면 가야지?"
"날씨가 덥고, 주차장이 없어서 주차하기 힘들다는데?"
"그래도 가야지! 우리 같이 가기로 약속했잖아!"
데이트 약속을 잡고 났는데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걸 달래서 나갔다.
운전하기 싫어하고, 주차는 더더욱 귀찮아하는 나를 달래서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첫 데이트에서 그 어려운 주차가 단번에 성공이라니!
아중호수 주차장은 정말 협소하다. 도서관 문 앞에 각각 두 대 정도 댈 수 있을까?
그런데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럭키! 이 데이트는 성공적이야. 주차만 잘한 걸로 이미 성공이지.
우아하게 주차를 하고 들어서니, 천장도 높고 바깥 풍경도 호수가 보여 최고다.
나의 아티스트가 충분히 구경할 수 있도록 가만히 기다려주고, 그림책을 고르는 동안 간섭하지 않고,
편한 의자를 찾는 동안도 기다렸다. 그리고 함께 앉아 그림책을 읽었다.
읽으며 키득대다가(『아빠한테 물어보렴』), 눈물이 글썽하다가(『세월』), 반전에 웃다가(『후다닥닥닥 기사』), 목이 메었다가(『느티나무의 기억』), 그렇게 느껴지는 마음에 함께 공감했다.
다정한 데이트 상대의 최고 자세는, 상대의 감정에 공감해 주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다.
그림책을 스무 권쯤 읽고 돌아보니 LP 감상 코너가 있었다.
조용필의 19집을 CD로도 감상하고, 아중호수 뷰를 바라보며 음악을 들었다.
이어 옆자리로 옮겨 아델의 앨범을 LP로 감상했다.
슬슬 목이 마른데, 도서관에는 커피 마실 곳이 없다.
"오늘 데이트는 도서관까지만 할까?"
"목마르잖아. 커피도 마시고 하지?"
"음.. 주차하기 힘들고, 또 사람들 많은 곳에 혼자 앉아 있기는 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나의 아티스트는 부끄러움이 많아 사람 많은 곳에서 혼자 앉는 걸 어려워하니,
커피는 테이크아웃으로 사서 집에서 마시는 걸로 하자.
그렇게 오늘의 데이트는 마무리다.
“어때요? 나의 아티스트, 오늘 제가 고른 데이트 코스가 마음에 드셨나요?”
“응. 좋아. 시간에 조급해서 늘 다음 일정만 생각하는 네가, 가만히 나를 기다려주고,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니 나야 행복하지. 좋은 노래에 호수 뷰까지 곁들이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 고마워, 은정.”
나의 아티스트가 행복하다고 말해주니, 나도 마음이 뭉클했다.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함께 고요히 있어주는 일 자체가 나의 아티스트를 충만하게 만드는 일임을,
이제야 알았다.
그걸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했다.
이제 알아차렸으니, 하루에 한 번은 그대와 오롯이 있어보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좋은 곳에서 오감을 누리며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행복했다.
아중호수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감동,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찬찬히 책을 읽는 여유, 그 모든 게 참 좋았다.
나와 함께 한 첫 데이트는 두 번째 데이트에 기대를 갖게 하니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