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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빙 Jan 10. 2024

[사색] 불안


 ‘인간관계론’으로 유명한 데일카네기의 또 하나의 책 ‘자기 관리론’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내용 중 하나는 불안을 관리하는 법이다. 그만큼 불안을 관리하는 것이 자기를 관리하고, 나아가서 성공적인 인생을 꾸리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안은 이성적인 판단을 흐려지게 한다. 정상적이라면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을 결정도 불안한 상태에서는 비이성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어진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다. 정신과에서 한 검사 결과에서 위험회피성향이 매우 높게 나왔다. 내게 위험을 가할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매우 꺼리고 조심하는 유형이다. 그렇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불안도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내 불안은 인간관계와 관련된 부분에서 그 두각을 드러낸다. 스스로의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말들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이것의 계기가 된 학창 시절의 사건이 있으나 이것은 일단 묻어두고 싶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 자신을 극도로 낮추게 되었고, 극도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었다. 내게 있어서 나라는 사람은 ‘틀린’ 사람이었기에, 모든 잘못의 원인을 내게서 찾았고, 모든 관계의 틀어짐 또한 내게서 찾았다. 누구도 이런 나를 구해주지 못했으니, 시간이 갈 수 록 내가 참고해야 할 오답노트는 늘어만 났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과 말들은 극도로 제약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불안을 넘어 우울증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모든 잘못은 내 탓이었고, 모든 실수는 나를 채찍질해야 마땅한 것이 되었다.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토록 채찍질당해야 마땅한 나 자신을 내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고, 더불어 남도 사랑하지 못했으며 그럼에도 남들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극도로 낮추었다. 불안은 그저 불안에서 시작해서 자기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라는 사람은 필요 없는 못난 사람이라는 데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이처럼 불안은 사람을 자기 파멸로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불안이 백해무익한 것이냐. 그럴리는 없다. 그랬다면 애초에 불안이 높은 인간은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에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불안은 분명 어딘가 쓸모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 바로 생존에 쓸모가 있다. 불안이 높은 사람은 위험을 피하게 되고 위협을 잘 감지한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살아남은 결과 나와 같은 사람들이 현실에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쳐 버리고 또 에너지를 낭비하는가. 분명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감정이지만 얼마나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가. 중요한 것은 불안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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