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시가 식구들과 차례음식 준비를 끝내고 술한잔 하면서 우리 아기의 배변훈련 이슈로 한창 이야기 나눴다. 그러던 중 남편이 아이에게 시범을 보이며 알려주면 된다는 조언에 대한 내 말이 장내에 찬물을 끼얹었다.
"OO씨 앉아서 일보는데요."
그러자 남편의 형이 갑자기 나에게 하소연을, "얘 그만 좀 잡아요" 버럭이나 항의조는 아니었고 약간 간곡하게 말해서ㅋㅋㅋㅋ 오히려 현타가 왔다. 시댁에서는 남편 안혼내고 가모장제 숨기려 애쓰는데 도대체 내 이미지 머선일..??ㅋㅋㅋ
머쓱해진 나머지,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봐야하는 위생상의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말을 할수록 '남편 잡는, 하다못해 소변보는 것까지 잡는 여자 이미지'만 커져가는 듯했다. 그래도 그렇지, 최근에는 서서 용변보는 일이 굉장히 비위생적이라는 기사도 많이 나와서 인식이 많이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시대를 앞서간 생각인건가.
사실 남자가 집에서 앉아서 용변보는 건 내가 가진 결혼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었다. 대학시절 은사님, -당시 내 기준 남한 최고의 페미니스트!- 그분이 자신의 배우자가 그리 하신다고 얘기하신 걸 들은 후로, 나도 결혼을 하게 되면 그런 남자랑 해야지 생각했거든. 그리고 남자가 앉아서 일보면 화장실 청소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 왠지 궁색해지는 나 자신..."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