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번호좀 주시겠어요?"
몇일 전 백주대낮에 헌팅을 당했다.
젊은 여성이던 과거에도 매우 드문 경험이었다. 대개는 맨정신은 아닌 듯한, 한 두잔 술을 걸쳐서, 어스름한 저녁 시간에 술이 덜 취한 채 외로움에 찔러보는, 짜치는 남자들만 나에게 말을 걸어올 뿐이었다. 당시의 나는 이랑의 노랫말처럼 "누가 나보고 예쁘다고 하면 그말만 듣고 그럼 나랑 사귀자고" 하는 여자애였지만 그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맨정신으로 보이는 남자로부터의 헌팅은 처음이라 매우 흥미로웠다.ㅋㅋㅋ
그날도 오늘처럼 겁나 추운 날이어서 나는 거의 니캅에 가까운 착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힌트는 고작해봐야 헌책방을 서성이는 여자, 예쁜 두 눈동자^^ 뿐이었는데도 말을 걸다니. 코로나 해프닝. 아무래도 나, 마기꾼인가봐^^
나라는 행인1을 눈에 담아주다니, 매우 고마운 마음에 악수와 인터뷰를 청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거절의 의미로 가볍게 목례를 했고, 그는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남편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겨 들뜬 나는 집에 오자마자 신이 나서 썰을 풀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반응이기 보다는 그냥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만으로부터 비롯되는 반응 같아서 심히 불쾌해졌다. 질투할 것을 요구하자 심지어 날 약간 격려하는 기색을 보이는 만행을.. 부들부들, 복수할거야 *_*
오늘은 옛 연인의 러브레터를 읽고, 미처 숨기지 못한 듯 식탁 위에 흘려두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