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기복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 속으로 두려움 없이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좋지 않은 감정은 빨리 떨치는 게 미덕이라 말하지만 사실 좋고 나쁜 감정은 없다. 온전히 느끼면 충분한 감정과 해결해야 할 감정이 있을 뿐. 나는 기쁠 때는 기쁨에, 슬플 때는 슬픔에. 온전히 나를 내맡기는 사람이었다.
지금 내 감정은 뭘까? 왜 그럴까? 어떻게 할까? 묻고 답하며 내 마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나갔다. 이것이 나를 선명하게 하는 과정이었고 다양한 감정을 깊이 느끼는 축복이라 믿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세심하고 상황을 깊이 있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다. 무례한 사람들이 "네가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로 그들의 무례함을 회피할 때 그들이 깎아내리는 그것이 바로 나의 강점임을 믿게 된다.
김진화 작가님의 강연에서 이야기 한 부분을 발췌한 글이다. 그녀는 백일백장 13기로 만나 실제로는 두 번 정도 만난 사이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써 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들을 글로 먼저 접하게 돼서인지 처음 얼굴을 본 그날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듯 본래 알고 있던 사이처럼 친근했다.
40여 개 국을 배낭여행하며 하고 싶었던 것을 자유로이 만끽하던 어느 날, 친정어머니의 뇌출혈로 9년이라는 시간을 간병하고 최근에는 아버지까지 편찮으셔서 특수교사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부모님을 돌보는 중이다.
그녀의 삶을 살포시 열어 마주해 보기로 한다. 자신을 위한 삶에서 한 발짝 물러나 부모님을 돌보는 삶으로, 사랑과 헌신으로 부모를 섬기고 있는 짐의 무게를 나 같은 무지한 사람이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휠체어를 타는 엄마를 모시고 외출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으니까. 자신의 몸이 불편하고 아프기 때문에 딸의 입장을 헤아리기 쉽지 않은 엄마의 감정을 모두 받아내는 일을 기꺼이 감당하는 그녀를 보면 오랜 시간 인내와 고통을 겪어낸 사람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감추어진 슬픔까지도 대면하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달, 부모님 대학병원 일정만 5건이고 친정어머니의 낙상 빈도가 늘어나 검사를 거부하는 엄마를 매번 달래는 일이 일상이 되면 다잡았던 마음이 또다시 좌절되어 왜 이렇게 힘든 시간이 허락되냐며 원망을 쏟아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을.
그녀의 글처럼 그 감정을 잘 인식하고 분별해서 그것을 오롯이 마주한다면. 하나하나 깊이 있게 느끼고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그녀에게 허락된 이 시기를 또 그렇게 흘러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꽃 피울 자리를 선택하다'라는 강연의 주제처럼 멀리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했던 그 씨앗이 이미 그녀 안에 있었음을, 그녀 안에서 갈고닦아져 멋지게 피워 올릴 일만 남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돌보는 버거운 시간을 겪는 이에게 혹은 다른 아픔이 있더라도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곧 발간 예정인 책과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글 벗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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