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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Feb 05. 2022

고양이 최고의 사랑 표현, 알로러빙

고양이 훈묘일기

고양이를 훈련하기 전, 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하므로 하루 일과를 관찰해 보기로 했다. 후추는 하루에 여러번 사료를 나눠 먹는다. 한꺼번에 다 먹지 않는 고양이는 대부분 자율배식을 한다. 사료를 먹고 나선 자신의 앞발에 침을 발라 온 몸을 문지른다. 그걸 '그루밍'이라고 한다. 구석구석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의 정성이 대단하다. 옆에 고양이가 있다면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로 그루밍을 해준다. 상대 고양이가 그루밍하기 어려운 부위를 그루밍 해주면서 사이 좋게 지내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고양이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한다. 가끔 후추가 내 얼굴에 와서 그루밍을 해주고, 아주 살짝 콩콩 무는 시늉을 하기도 하는데, 이 행위를 '알로러빙'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최상의 단계다. 나를 엄마로 생각하거나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로 여기는 표현이기도 하다. 알로러빙을 받은 날,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루밍이 끝난 고양이는 바로 잠이 든다.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그루밍을 하다가 잠이 들기도 한다. 잠이 드는 자세는 다양한데 암모나이트처럼 웅크리고 자기도 하고, 온 몸을 쭈욱 뻗어 자기도 한다. 식빵자세로 눈을 껌뻑껌뻑 감다가 잠이 들면 그 상태에서 얼굴만 쭈욱 빼고 자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창가 위 해먹에서 날아가는 새들을 보다가 잠이 들기도 한다.



고양이는 15시간을 잔다고 하니, 하루의 대부분을 잠 자는데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을 먹고 그루밍 하고,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어슬렁 주변을 기웃거리며 참견을 하고 혼자서 사냥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혼자 놀다 심심하면, 집사가 뭐 하나 찾아와서 노트북 위에 앉아, 자신을 쓰다듬으라며 노트북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너무 사랑스런 고양이가 내 앞에 오면, 나는 얼른 노트북에 저장 버튼을 누르고 고양이만 바라본다. 너무 예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 아이가 오면 귀찮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미안해, 딸아) 고양이가 오면 노트북부터 닫고 고양이 자리를 만드는 이 심리는 뭘까?  이 글은 딸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쩌면 들통 났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딸이 "후추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묻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너" 그렇게 대답하면 딸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당연히 너지. 그걸 묻냐?"하고 아이를 타박하면 아이는 민망한 듯 후추를 끌어 안는다.


"고양이를 하루종일 쳐다 보고 싶어. 드라마 보다 재밌어. 어떻게 이렇게 이쁠수가 있지?" 매일매일 이 말을 내뱉는 내 자신이 낯설다. 어느날부터인가 작고 소중한 털복숭이 한 마리가 내 삶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은 소중한 존재, 고양이 후추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겨놓지 않으면 계속 생각이 맴돌아 다른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 여기에 꺼내 놓는다.




브런치에 고양이 이야기를 쓸 줄이야.







고양이 인문학


난 너를 최고로 사랑해


얼굴을 부비고 

안 아프게 꽝꽝 깨물기도 하고

얼굴에 침을 발라요. 


알로러빙 

사랑을 격하게 표현하세요.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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