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미모미 MomiMomi Apr 04. 2020

이빨요정(Tooth Fairy)과 '돈'기부여

돈기부여 vs. 동기부여

이빨요정 (Tooth Fairy)과 `돈`기부여

“엄마, 곧 있음 허니 8천 원 받을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지난번 누나 어금니 한 개에 투스 페어리가 2천 원 놓고 갔어요. 근데 허니는 지금 이빨이 4개나 흔들흔들해요.”


“아, 이빨요정 이야기구나. 근데 허니야, 투스 페어리는 새 하얀 이빨만 좋아해. 마이쮸 먹고 치 안 한 이빨은 싫대. 뮤탄스 잔뜩 묻은 이빨로 이빨 성 (teeth castle)을 쌓으면 무너져서 싫대. 충치가 있거나 누런 이빨은 안 가져간대”

언젠가 읽었던 이빨요정 이야기에 나의 의도를 많이 버무려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어릴 적 빠진 이빨을 지붕 위로 던지면 까치가 가져가 새 이빨로 교환해 준다는 이야기를 믿었었다. 지금은 아파트 생활이 많아 지붕 위로 던지기가 어려워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서양의 이빨요정 이야기가 더 친숙하다.

이빨요정은 아이들의 치아를 가져가는 보답으로 베개 밑에 돈을 놓고 간다. 아이들의 치아는 이빨 나라의 이빨 성 (teeth castle)을 쌓는 벽돌이다.


이빨요정은 썩지 않은 새 하얀 치아만 골라가는 편이다. 누런 치아는 세척 작업하는데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거나 가져가더라도 돈을 적게 준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치 고는 경제주의에 입각한 신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이야기일 텐데 아이들에게 선물이 아니고 돈을 놓고 간다니 은근 쇼킹했다. 그것도 왠지 돈과 상관없을 듯한 날개 달린 요정이 말이다.

Painted by MomiLion


나는 이 이야기를 각색하여 둘째 아이 칫솔질할 때 자주 써먹는다.

올해 미운 일곱 살이 된 아들은 마이쮸 대장이지만, 치카는 끔찍하게 싫어한다.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해보지만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아이를 붙들고 하루 2번 치카 시키기도 힘에 벅차다.


얼마 전에는 충치 2개를 치료하느라 수면 마취를 건 진정치료를 했다. 마취상태였던 아들은 하나도 기억을 못 하지만 부모로서 맘 편안한 시술은 아니었다. 더 이상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와 나 사이의 치카 전쟁은 꽤 치열하다.

이빨요정 이야기가 효과가 있었는지 치카 소리에 줄행랑을 하던 아들이 자기 전 열심히 칫솔질을 하고 있다.


일곱 살 꼬마에게도 투스 페어리가 주는 돈기부여는 효과 만점이었다. 평소보다 오랫동안 꼼꼼히 문질러댄다.

“엄마, 윗니는 하얀데, 아랫니가 조금 노란 것 같아요. 투스 페어리가 아랫니 두 개를 안 가져가면 어쩌죠? 엄마가 마무리 좀 해줘요.”

아들은 상대적으로 노란 아랫니 두 개가 불안한가 보다. 8천 원을 꼭 받고 싶은데 이빨요정에게 퇴짜 맞을까 걱정이 되나 보다.

“허니야, 아직 이가 조금밖에 안 흔들거리니까 지금부터 빼먹지 않고 잘 닦으면 돼. 그리고 허니는 아직 빠지지 않은 이빨이 스무 개나 남았어.”

아이는 스무 개라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열심히 셈을 하는 눈치다.  

“엄마, 2천 원이 스무 개이면 40만 원이지요?”


“40만 원 아니고, 4만 원이야. 그중에 몇 개는 투스 페어리가 안 가져갈…….”

아이는 의지를 불끈 태우며 스무 개 전부 이빨요정에게 팔고 싶다고 했다. 차마 충치 치료한 치아 두 개는 투스 페어리가 안 가지고 갈 거란 말을 잇지 못했다.


투스 페어리가 약간의 예술성과 자율성이 있었다면 충치를 가지고도 충분히 창의력을 발휘해 성을 더 멋지게 쌓을 수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투스 페어리는 룰을 깨지 못하는 급여 생활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

어찌 되었건 이빨요정의 돈기부여가 둘째 아이에겐 확실히 잘 먹히고 있다. 아이는 이빨요정으로부터 돈을 받고, 나는 충치치료에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으니 이빨요정 이야기는 나에게도 남는 장사다.  

아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도구들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유치원에서는 규칙을 잘 따르고 선생님 말씀에 순응을 잘하면 칭찬 스티커를 아이들에게 준다. 손톱만 한 별 스티커가 뭐라고 그것 받으려고 아이들은 꽤나 열성적이다.

내가 생각하듯이 아이들에게 ‘그깟 별 스티커 한 장’은  아닐 것이지만서도.


유아교육 쪽에서는 칭찬 스티커에 대한  논란이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찬반에 의견을 내기보다는 보상시스템이 스티커이든 돈이든 뭐든지 도에 넘지 않으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가 좀 더 자라 무엇인가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단계를 지났을 때, 돈 별 스티커 말고도  다른 동기부여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이 부여한 틀에 맞추려고 마른 수건 짜내듯이 억지스럽게 외부에서 요구하는 동기부여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에너지를 다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자연스러운 동기부여가 아니라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하고 힘을 받는 그런 동기부여를 내부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 말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많은 시간을 틀에 맞추며 살다 보니 틀 속에 갇힌 줄도 몰랐다.

충치나 누런 치아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었던 투스 페어리처럼 외부에서 부여받은 룰이 전부인 줄 알았다.


틀을 깨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삶에서 끊임없는 성장을 일궈낼 도전거리를 기꺼이 마주하고 싶다. 틀에 대한 도전은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기성이 부여한 룰이 아닌 나만의 창의성와 도전을 동기삼아 새로운 성을 쌓는 재료로 삼고 싶다. 내면으로부터 조달받은 동기부여는 결코 지치지 않는 튼튼한 골조가 될 테니 말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방법을 참아낼 수 있다."  By 프레드리히 니체

<출처. 클레어몬트 대학원 홈페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