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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 파스타

먹는 게 너무 좋아

by 한바라 Mar 09. 2025

 난, 먹는 것에 진심이다. 별명은 쩝쩝박사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남들도 다 이렇게 먹을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깨달았다. 나는 음식을,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코로나로 5일 간 격리되었을 때 나는 아팠지만 짜릿했다. 매 끼니를 집에서 해먹을 수 있다니..! 아침을 먹고 다음 끼가 기대되어 점심 생각을 한다. 냉장고 속 재료와, 신의 계시처럼 내려오는 '지금 먹고 싶은 것'을 고려하여 음식을 준비한다. 행복하다. 가끔은 내 배가 여러 개라면 재밌게 여러 음식을 할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동거인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온전히 자유로운 지금이 좋다.


자취 9년 차. 손재주가 없어서인지 어쩐지 엉성한 내 음식들이지만 내게 행복을 주는 나의 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소개하고 싶은 것은 파스타이다. 자취생이 되면, 스팸은 생각보다 비싸고 파스타는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자취 초반부터 파스타를 종종 해먹었다. 특히 한가로운 주말 아침으로 먹으면 기분이 아주 좋다.


내 최애파스타 1번은 오뚜기미트볼스파게티이다. 아, 이건 정말 이것만의 맛이 있다. 텐텐같은, 추억의 맛이랄까? 오뚜기 미트볼은 닭고기 함량이 높다. 원래 가공육을 살 때는 돼지고기 함량 90프로 이상인 것을 사야 꿀맛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예외이다. 왜 맛있을까? 닭고기 함량이 높은 주제에 그것만의 맛이 또 오묘하다.


그렇다 이것은-, 추억의 맛이다. 아무리 레스토랑을 가도 따르지 못하는 급식스파게티의 맛. 왠지 가끔은 먹고 싶은 바로 그 조금 모자란 맛. 짜장면이 항상 짜파게티를 이기는 게 아니듯이, 이탈리안 음식 전문점의 파스타가 먹고 싶은 날이 있고 엉성한 파스타가 먹고 싶은 날이 있는 거다. (나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짜장면 먹고 싶은 날, 간짜장 먹고 싶은 날, 쟁반짜장 먹고 싶은 날, 짜파게티 먹고 싶은 날이 다 다르다.)


미트볼스파게티는 바로 그런 맛이다. 그래서 이때는 두꺼운 면도 쓰지 않는다. 끼부리지 않은 가장 기본적인 스파게티 면을 푹 삶는다. 알단테는 무슨. 급식의 스파게티 면은 원래 툭툭 끊어진다. 그게 또 묘미다.


가끔 먹다 남은 시판 토마토 소스가 있으면 추가하지만, 없으면 미트볼소스를 박박 긁어서 헹궈서 넣으면 된다. 케찹맛이 강해서 나폴리탄 스파게티의 맛과 유사하다. 미트볼은 살짝 눌러 으깬다.


캬. 간단한 재료로 한끼 뚝딱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다음은 명란크림파스타다. 요거는 두꺼운 페투치니 면을 써도 괜찮은데 나는 그냥 익숙한 스파게티면이 좋다. 더 가느다란 엔젤헤어 면은 그냥 빨리 익으니까 급히 배고플 때는 쓰기 좋았다.


이 음식에는 자부심이 있다. 폼이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해줬다. 가장 중요한 건 시판 크림소스 사지 말고 그냥 동물성 100프로 생크림을 사서 그대로 쓰는 것이다. 우유, 체다치즈는 사용하지 않는다. 끓이다가 너무 졸아들면 면수를 넣고 말지, 우유를 어줍잖게 넣으면 느끼해진다.


요리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으면서 양념명란을 적당량 넣고 익히다가 명란알이 팍팍 튀어올라 내 주방을 심각하게 더럽히기 직전에 생크림(200-500ml)을 다 때려붓는다.

- 생크림은 두면 어차피 애매해서 안 쓰게 되니까 산 것을 다 넣는 게 좋다. 매일, 서울, 덴마크 것이 동물성 생크림이다. 식물성이나 휘핑크림은 안된다. 100ml에 1500원 정도를 지불해야 그 맛이 나온다.

- 취향에 따라 양송이나 느타리 등 버섯을 살짝 넣을 수 있다. 양파는 많이 넣으면 크림 맛을 해치니 주의한다.


2. 소스가 끓어오르면 익혀놓은 면을 넣고 슬쩍 볶으면서 소스의 농도를 본다. 표면이 살짝 투명해지면 다 되었다. 맛있게 먹는다! 야미~


이 과정이 귀찮으면 초간단 버전이 있다. 마늘도 생략해도 된다.


 팬에 생크림과 명란을 넣어서 끓이다가 삶은 면을 넣고 좀 더 끓인다.


이거면 되었다. 쉽다!

명란에서 막이랑 알을 분리하고 그런 것도, 그러면 좋겠지만 그냥 대충 가위로 잘라서 휙휙 저으면서 알 빼도 된다.


이건 꿀맛이다. 재료가 있으면 냉동새우나 우삼겹을 곁들여도 좋고, 아예 소고기를 좀 구워서 함께 먹어도 좋다. 생크림은 비싸지만 마트 마감할인을 노리자.


브런치 글 이미지 2


내일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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