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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먹는 기쁨 02화

고기에 라면

방구석 만수르, 어렵지 않아요

by 한바라


가끔씩은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조합이 있다.


삼겹살에 비빔면.


캬... 침이 고인다.

다른 구이용 돼지고기도 좋지만 역시나 삼겹살이 제격이다. 기름이 쫙 육즙이 쫙 나와야 새콤한 비빔면 소스랑 어우러져서 입안에서 폭죽이 터진다.


나는 음식의 '조합'에 대단히 민감한 편은 아니다.

맛있는 거 + 맛있는 거.. = 맛있는 거

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치만 맛의 찰떡궁합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삼겹살과 비빔면이 바로 그렇다.


도톰한 생삼겹살을 구울지 냉삼을 구울지 대패삼겹을 구울지... 그것은 그날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하지만 요즘은 냉삼이 베스트인 것 같다. 생삼겹은... 지나치게 젠틀하달까? 비빔면의 맛에는 약간의 불량스러운 맛이 더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그렇게 팬에 냉삼을 올린다.


얇은 고기는 잘게 자르지 않는다.

고기로 면을 싸 먹어야 하니까...!

고기만 먹을 때도 이로 뜯어 먹는 맛이 있다.

그리고 '고기 맛'만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버섯이나 양파는 굽지 않는다. 대신 비빔면에 생야채를 넣어서 죄책감을 줄인다. 샐러드같아서 맛도 어울린다.


그래서

겨울에도 비빔면은 나와 함께다.



다음은 불닭볶음면에 비비큐자메이카닭다리이다.

약간 불량한 편의점 꿀조합이다.


여기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냉동 자메이카 닭다리다. 자취생 꿀템이다.


그런 밤이 있다.

고기를 마구 뜯고 싶은 충동이 드는 밤.

그래 어쩌면 그 날은 힘든 날이었을 거다. 밖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뭐든 뜯어버리고 싶은 거다. 껌이나 오징어 정도로는 만족이 안 되어서, 만화처럼 손에 고기를 잡아들고

한 입에 고기를 가득 넣어 촤륵 뜯고 싶은 그런 날.


자메이카닭다리 덕에 나는 온순함을 찾았다.

고깃 덩이를 마구 씹으며... 마침내 남은 흰 뼈에서는 이 고기가 양념이었는지 후라이드였는지 훈제였는지 알아볼 수 없는 상태를 만들고 나서야

나는 만족스레 배를 두드렸다.


그때 곁들이는 불닭볶음면. 그것은-, 자해다.

혀를 불타오르게 하는 것은 일종의 자해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일이다.

후-하, 후하 입으로 바람을 내뱉으며 정신없이 물한모금 마셨다가 닭다리도 뜯다가 다시 불닭볶음면으로 돌아와서 반복.


그렇게 한 접시를 다 비우면

오늘 있었던 짜증이고 뭐고

얼른 이닦고 누워서 자고 싶어진다.


내면의 화를 잠재우는 맛-,

그래서 나의 비상약.

냉동자메이카통다리는 나의 상비약이다.



내일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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