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었다. 한문 쌤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신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대략 1주일 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복귀하신 뒤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수업 바로 그 날이었다. 아이들은 한문 쌤의 결혼식 & 신혼여행 후일담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두들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하긴 이 남자중학교 입학하고 나서 결혼하신 분은 이 한문 쌤이 거의 최초인 거 같다. 어중간한 연배의 분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이 중장년의 연세 지긋하신 아저씨거나 아줌마 선생님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쩌다 30세 전후반의 젊어 보이는 선생님 수업을 듣기라도 하면,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그 가르치시는 열정이나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뭔가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려는 마음과 웬지 트렌디한 패션 센스까지... 아이들은 그래서 젊은 선생님을 선호하고 젊은 선생님에 열광했다.
드디어 한문 수업시간. 한문 쌤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단정하고 멋스러운 정장 차림으로 들어오셨다. 웬일인지 오늘은 트렌드마크인 "나무 회초리" 는 휴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문 쌤의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눈과 귀가 함께 움직이는 듯 했다. 쌤, 결혼 축하 드립니다! 누군가의 선창으로 아이들은 모두 다 힘차게 한문 쌤의 결혼을 축하했다. 한문 쌤은 간단히 목례로 고마움을 표시하시고는 이내 반장에게 빈 의자 하나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아주 재미난 결혼스토리라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나 가득 부푼 기대감에 설레하던 아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그 의자에 그대로 앉으시더니,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키셨다. 한문 쌤은 뭐가 그리 피곤한지 수업시간 내내 그 의자에 앉은 채로 교탁 위에 엎드려 계속 해서 주무셨다. 50분 경과... 결국 아무런 이벤트 없이 한문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한문 쌤이 별다른 얘기 없이 교실을 나간 뒤에, 아이들은... 결혼식이 그렇게 힘든건가? 신혼여행 다녀오느라 피곤했나 보다. 아니, 남편이랑 밤새 뭘 했길래 학교 와서 수업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피곤해 하는거지?하는 식으로 19금 농담들을 한껏 늘어놓았다. 아마도 한문 쌤이 그렇게 잠을 청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은 너도나도 신이 나서 수업시간 내내 한문 쌤을 놀려대느라 정신을 못 차렸을 법도 하다. 암튼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늘 공부라는 스트레스에 찌들어 살던 남자 중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술, 담배하고 본드, 가스 흡입하고 가출하는 식의 막가파 몇몇을 제외하고는...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일탈이라고는 선생님 골려먹기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내가 굳이 이런 학생들의 되도 않는 일탈에 대하여 장장 몇 회씩이나 할애해 가면서 적어 내려갔는가 하면... 이 또한 나의 지난 34년 전 남자중학교 생활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탈에 대해서 옹호할 마음도 비난할 마음도 나에게는 추호도 없다. 나는 나의 일생 아니 나의 이생 시리즈를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쓰기로 마음먹은만큼, 가능한 한 그 당시에 실제로 존재한 실화들을 어떻게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기술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논픽션만이 줄 수 있는 진실한 감동이요 공감이기에 그러한 것이리라. 그러다 보니 다소 불편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가 많이 섞여있을 수 있음을,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일부 읽기에 거북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역시 이 시리즈를 그동안 기술해 온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나 "특급썰렁이" 의 인생 이야기인 것을. 누군가가 말하기를, 여기 브런치 스토리에서 조회수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해서는 "이혼", "시어머니" 와 같이 자극적이고 솔깃한 그런 소재를 써야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나의 꿈 중 하나였던 작가라는 목표를 이뤄나가는 이 곳에서... 솔직히 그렇게까지 마치 관종처럼 글을 써 가면서까지 유명해지거나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다. 뭐 그렇게 주목을 받아본들 그게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른지... 어쨌든간에 나는 최소한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대한민국 5천만 국민들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작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