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특급썰렁이 Sep 11. 2024

나의 이생 14

남자중학교 선생님들 (4)

젊은 여자 한문 OOO 선생님이 계셨다. 앞서 잠시 설명했듯이, 키도 크고 몸매도 늘씬한데다가 얼굴도 상당히 예쁜 편이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꽤 많은 편이었다. 원래 남자 중고등학생들은 유부녀 선생님만 아니라면, 태생적으로 미혼의 젊은 선생님 수업을 듣기를 희망하곤 했었다. 어린 남자 중학생들이 뭐 엄청 나쁜 흑심을 품고 선생님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봐서라기보다는... 맨날 우락부락 험한 얼굴에 무뚝뚝한 남자 선생님들과만 수업해 오다가, 어쩌다 몇 안 되는 과목 특히 예체능 과목에서 여자 선생님이 수업을 하게 되면 애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칙칙한 교복 색깔만큼 어둡고 침울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하루종일을 견뎌내야 하다보니 여자 선생님의 상큼하고 발랄한 수업이 자연 기다려졌는지도 모른다. 물론 간혹 남자 교생 쌤이 교생실습을 오거나 진짜 교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선생님이 등장할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미 오랜 세월 남자 중학생들에 시달리어 온갖 고난 역경을 다 이겨낸 소위 닳고 닳은 노련한 베테랑 중장년의 남녀 선생님들이었기에... 웬만해서는 남자 중학생들에게 말 한 마디 지지 않으셨다.


한문 쌤은 엄청난 미모에 비해 역설적으로 장미 가시같은 표독함이랄까... 사나운 면모가 다소 보이는 분이었다. 언뜻 봐서는 그리 성격이 나쁜 분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 범상찮은 남자 중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한문 쌤이 자체 개발한 내공이랄까 자기 보호색 느낌이 다분했다. 다시 말하자면, 심한 농담과 짖꿎은 장난에 시달리다 못해 아예 원천차단과 봉쇄를 위해서 철벽을 사전에 완벽하게 쳐놓은 듯한 인상이 매우 강했다. 학생 중 누군가가 한문 쌤한테 몇 마디 말장난이라도 할라치면, 곧바로 애착 무기인 "나무 회초리" 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후려치셨다. 그러면 그 학생은 초반에 기선 제압을 당하고 꼼짝없이 꼬리를 내리게 되니 그 누구가 쉽사리 한문 쌤에게 시비를 걸겠는가. 암튼 그런 방어적인 태도가 워낙에 강해서 학생들은 좀처럼 한문 쌤에게 장난을 걸지를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한문 쌤이 결혼을 하신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아니나다를까 1주일에 고작 한번뿐이던 한문 수업에 대머리 나이많은 남자 한문 OOO 쌤(2학년 담당)이 대신 수업을 진행하셨다. 그때서야 아이들은 한문 쌤이 결혼하신다는 그 얘기가 진짜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나마 정말 몇 남지 않은 남자 중학교의 미혼 여자 선생님이 또 한 명 줄어든 것이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 점을 상당히 아쉬워하였다. 왜냐하면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아줌마 여자 사람 선생님보다는 좀더 젊은 미혼의 여자 사람 선생님이 학생들과의 세대 차이도 훨씬 적고 대학 졸업한 지도 오래되지 않아서 학생들과의 공감대도 제법 크고 말이 통하는 편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전 03화 나의 이생 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