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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Sep 10. 2024

나의 이생 13

남자중학교 선생님들 (3)

그 순간... 성함이 OOO인 도덕 쌤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채시고 고개를 뒤로 확 돌리는 게 아닌가. 그 때 도덕 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녀석이 들고 있던 커다란 백미러... 그 착하디 착한 도덕 쌤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셨는지, 그 녀석더러 당장 교실 앞쪽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그 녀석은 평상시 도덕 쌤의 너그러운 성품만을 생각했는지 약간 히죽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서 교탁 근처로 이동했다. 도덕 쌤은 평소 휴대하시던 "플라스틱 자" 만으로는 무언가 모자라다고 생각하셨는지... 옆반에 잠시 가시더니만 기다란 나무 밀대 자루 한 개를 빌려서 다시 복귀하셨다. 그 밀대 자루를 보자 여전히 히죽대며 사태 파악을 못 하던 그 녀석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도덕 쌤은 그 녀석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이내 그 밀대 자루로 그 녀석의 엉덩이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내리치는 도덕 쌤의 모습은 소름끼치듯 무섭다 못해 전율이 올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연거푸 고작 한 세 대쯤 맞았을까. 고통에 못 이겨 그 녀석은 자세가 무너져 교실 바닥에 나뒹굴고야 말았다. "내가 그동안 너희들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생각했는데..." 도덕 쌤은 믿었던 아이들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에 몸서리치시는 듯 보였다. 그리고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부진 결심으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아프다며 징징거리는 그 녀석을 다시 일으켜 세워서는 한 30분 가량을 더 때리셨다. 그 정도면 팔이 아프실만도 한데... 30분 가량 계속 때려내다보니, 나무로 된 밀대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댕강 부러지고서야 도덕 쌤은 그 날의 매 타작을 멈추셨다. 그 녀석은 제대로 허리를 곧추 세우지도 못할만큼 심하게 아파하며, 거의 기다시피 자기 책상으로 돌아왔다. 도덕 쌤은 분노를 채 삭히지 못했는지 더이상 수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마치셨다.

       

남자중학교 학생들의 장난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까 그 녀석처럼 몰래 그런 짓을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담하게 아예 대놓고 그러는 학생도 간간히 있긴 있었다. 제법 나이많은 한 40대 후반~50대 초반 가량의 미술 쌤이 있었다. 그 OOO 미술 쌤은 지긋한 연세답게 항상 고상하고 우아하게 옷을 입으시고 수업시간에도 아주 점잖고 엘레강스하게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셨다. 그 날은 이 미술 쌤이 무릎을 살짝 덮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오셨는데, 수업을 한참 하시다가 힘이 드셨는지 의자를 하나 갖다다가 거기 앉으시고는... 학생들에게는 스케치 숙제를 내주시고 그 자리에서 약간의 시간을 주고 곧바로 그리게 하셨다. 그러고는 몇 분 지나지 않아 의자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자 반에서 제일 멍청하고 약간 덜떨어진 학생 한 명이, 스케치 하다말고 가만히 일어서더니 교탁 앞쪽으로 가서 미술 쌤이 앉은 그 의자 바로 아래에 아예 드러누웠다. 다시 말하자면, 교실 바닥에 누워서 미술 쌤 치맛속을 직접 보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헐... 이런 미친... 기분나쁜 인기척에 미술 쌤이 눈을 뜨시더니만, 하신 말씀이 더 충격적이었다. 야, 이 녀석아. 아줌마 치맛속을 봐서 뭐하게. 너네 엄마랑 이 쌤이랑 친구인 거 모르냐. 너희 엄마한테 일러야겠다. 얼릉 일어나서 들어가, 이 녀석아! 적게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그 정신나간 녀석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친구들조차 그 녀석의 말도 안 되게 변태같은 행태에 혀를 내두르는 눈치였다. 그 때는 1990년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중학생들로 온통 득시글득시글했던 그런 시절이었던 거 같아 맘이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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