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말고도 또다른 유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또다른 나이 많은 아줌마 여자 과학 쌤이 있었는데, 이 분은 평상시에는 꽤 인자하고 유하게 가르치시다가도 애들이 심하게 떠들거나 하면 어김없이 "연대 책임" 을 물으시는 스타일이셨다. 심하게 떠든 그 한두명의 처벌로 그치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 학급의 학생들 모두가 책상 위로 올라가서 무릎을 일제히 꿇어야만 하였다. 그리고 한 20~30분 정도를 눈 감고 두 팔 들고 있어야 하는, 상당히 고난이도의 벌칙 중 하나였다. 그게 왜인고 하니... 아무래도 눈을 감고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있노라면 균형감각이 현저히 감소되면서 자칫 좌우 어느 한쪽으로 쓰러질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쓰러지게 될 경우 책상으로부터 콘크리트 생바닥에 넘어지게 되는 꼴이니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러니 이 벌칙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제법 되는 눈치였다, 나를 포함해서.
하루는 일전에 잠시 언급했던 여자 도덕 쌤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극한의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 분은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이었는데, 도덕을 가르치시는 분 답게 항상 밝게 웃어주시는 온화한 성품이라서 다른 아이들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종종 수업시간에 쌤과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짖꿎은 농을 거는 친구들이 있더라도 쌤은 크게 싫은 내색을 내비치지 않으시고 우리들을 품어 주시곤 하였다. 그런데 그 날은 절대 그러실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남자중학교 특성상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남자 선생님 위주다 보니 가끔씩 일어날 만한 그 때는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그런 사건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건을 결코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자는 의도는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 날 도덕 쌤은 봄처녀 컨셉으로 하늘하늘 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오셨다. 내가 평소 사랑하는 분 중 한 분이어서 그런지 참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쌤도 산뜻한 옷을 입으셔서 그런지 그날따라 가벼운 콧노래도 흥얼흥얼 기분이 꽤 유쾌해 보이셨다. 그런데 공부도 어중간하게 못하고 어쩜 약삭빠른 이미지의 한 학급 친구가 그 날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도덕 수업시간 중에 뒷자리에 앉아서 문득 자동차 백미러 하나를 꺼내드는 것이 아닌가. 물론 도덕 쌤은 열심히 판서하시느라 아무것도 보지는 못하셨다. 그리고는 건너편 줄에 앉은 다른 친구와 쏙닥쏙닥거리기 시작했다. 쌤 몰래 무언가를 필시 작당하는 게 틀림없었으리라. 그러더니 갑자기 그 다른 친구란 녀석이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쌤, 질문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친절하게도 도덕 쌤은 손든 그 친구에게 다가오셔서 교과서를 직접 짚어가면서 그 질문에 답해 주시기 시작하셨다. 그러는 동안에 요 약아빠진 친구 녀석이 도덕 쌤의 약간 짧은 원피스 치맛자락 아랫쪽으로 슬며시 그 놈의 백미러를 디밀어서 치맛속을 훔쳐 보려고 시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