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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Sep 08. 2024

나의 이생 11

남자중학교 선생님들 (1)

신O중학교에는 매 학년마다 한 명씩 이름부터가 섬뜻한 학생주임(a.k.a 학주) 선생님들이 계셨다. 통상 그러하듯, 수업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기껏해야 1주에 1번 체육수업이었으니, 1주일 다 합쳐봤자 반 갯수만큼만 수업이 있는 게 사실) 젊은 총각 체육 선생님이 주로 도맡아서 하시던 직무이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3학년 학주쌤은 이 분야에서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분이라서 아주 오랜 기간 3학년 학주를 지속할 정도였기도 하고. 우리 1학년 학주쌤은 짧은 스포츠머리에 까무잡잡하다 못해 새까맣게 탄 똥색 얼굴을 한, 누가 봐도 시골 촌놈 포스의 체육 쌤이었다. 이 분은 특이하게도 곤봉 한 개를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필요시마다 그 곤봉으로 우리를 후려 패셨는데, 문제는 그 곤봉의 재질이었다. 박달나무[네O버에 보니, "자작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나무질이 단단하여 건축재나 가구재로 쓴다." 라고 부분 기술되어 있다.]로 만든 곤봉이라면서, 학주쌤 스스로 말하기를... 이걸로 너네 다리를 때리면 너네 다리가 뿌러졌으면 뿌러졌지 이 곤봉은 절대 안 부러진다, 알겠제?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알아서 조심하라는 의미겠지. 실제로 그 곤봉으로 손바닥을 맞으면 손바닥 뼈가 부러질 수 있어서, 학주쌤은 주로 종아리나 허벅지를 때리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우리 신입생들은 저기 멀리 복도 끝에서 학주쌤 그림자라도 어른거리기만 해도 멀찌감치 도망을 갈 정도로 학주쌤 자체를 무서워했었다.


하지만 비단 그 학주쌤만 무서웠던 것만은 아니었으리라. 왜냐하면 그 당시 중학교 선생님들은 과목을 불문하고 남녀 선생님들 모두가 각자의 주특기를 가지고 계셨었다. 마치 "천둥 번개의 신 토르" 하면 "망치" 가 떠오르듯, 각각의 선생님들은 자신만의 무기(?)를 항시 휴대하고 다니셨었다. 예를 들자면, 키가 작고 아담한 체구의 안경 쓴 노처녀 여자 도덕 선생님은 플라스틱 자, 키도 크고 몸매도 날씬하고 얼굴도 예쁘장하지만 말투는 매우 딱딱하고 사무적인 젊은 여자 한문 선생님은 기다란 나무 회초리, 듬성듬성 머리숱이 반틈은 사라져 매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연신 머리카락을 넘기기에 급급한 중장년의 남자 과학 선생님은 나무 분필통 뚜껑을 그렇게 지니고 다녔다. 특히 이 단순무식한 과학 쌤한테는 아주 기분나쁘게 학생을 때리는 더러운 기술이 하나 있었다. 자못 영화 "친구" 에서 선생 역할로 열연한 김광규 배우처럼, 준비물을 빼먹고 가져가지 않거나 숙제를 미처 해 오지 못한 학생들을 전부 일으켜 세워놓고는... 그 뚜껑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 빰을 사정없이 때리는 것이 바로 그 쌤의 저주받을 벌칙이었다. 자칭타칭 모범생인 나야 물론 숙제 안 해서 맞을 일일랑 전혀 없었지만... 한 날은 학교에 거의 도착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글쎄 과학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 느닷없이 생각이 난 것이다. 뺨 맞을 일을 떠올려 보니, 진짜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나 이미 1교시 수업이 시작하려면 불과 몇십분도 안 남은 실정이라서 집에까지 다녀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기에,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그냥 오늘 하루 벌칙을 받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나 막상 과학 수업시간에 일어서서 내가 벌칙 받을 그 순서를 기다리다 보니... 뺨을 나무 뚜껑으로 맞아야 한다는 공포감과 함께,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불쾌함이 불쑥하고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지막지한 과학 쌤은 마치 단두대에서 교수형을 하는 집행인마냥, 자신의 있는 힘껏 그리고 맞는 내가 최대한 기분이 나쁘게 온 힘과 정성을 다하여 풀스윙을 날렸다. 아... 거의 35년이 지난 현재에 뒤돌아 보면, 그 때 그 과학 쌤은 아마도 나와 같은 하늘 아래에 생존하지 못하고 계실만큼 나이가 참 많을 게다. 어쩌면 벌써 이 세상을 하직하였을지도. 아니다, 분명 살아계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 워낙에 욕을 많이 먹어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낼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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