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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Sep 19. 2024

나의 이생 22

남중 옆 여중 (2)

지금처럼... 요즘의 이 무더운 날씨를 가진, 중학교 2학년의 어느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도 학교에서 우유를 받아먹는 이른바 우유 급식을 하곤 했었다. 나야 당연히 집에서 우유 급식하라고 돈을 주지 않아서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제법 많은 수의 학생들이 우유를 받아먹었었다. 나는 우유 못 받아먹는 것도 서러운데,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유 배급을 받아오는 우유 급식당번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우유를 마시고나면 보통 교실 맨 뒷편에 가지런히 놓아둔 파란색으로 얼기설기 구멍이 뚫려있는 플라스틱 우유 박스에다가 빈 우유통을 놓아두게 하였었다.

    

그 날따라 아이들이 무언가 크게 장난 칠 궁리를 하였던 것 같았다. 창문 하나 너머로 여중생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리다 보니, 언제 누가 장난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담장 하나만이 둘 사이에 놓여있을 뿐, 두 학교 모두 공립중학교이다 보니... 수업시작 종이 치는 시간도 쉬는시간 종이 치는 시각도 서로 동일하고 모든 것이 똑같이 움직이는 모양새였다. 한번은 건너편 여자중학교 건물에서, 어느 반이 체육시간 준비하느라 그랬는지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모습이 포착되었었다. 튼 치는 것을 깜빡한 채로 누군가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옷을 벗기 시작했던 모양이었다. 이쪽에서 그걸 발견한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복도 창가쪽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웅성웅성 무슨 일이 났나 싶었는지 다른 반 학생들도 일제히 복도로 뛰쳐나왔다. 상당히 많은 수의 남자 중학생들이 복도 창가에 와르르 우르르 들러붙었다... 반대쪽에서 어느 여학생 한 명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그제서야 당황한 여학생들이 황급히 커텐을 모조리 다 치게 되면서 순식간에 상황은 종결되었다.


그런데 그 날은 진짜 누군가가 더위 먹은 것처럼 정신이 회까닥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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