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성O동과 나의 중학교 사이에는 경주시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북천" 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그 북천을 건너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중소형 다리인 경주교(원래는 "북천교" 라는 명칭으로 불리웠었다.)를 지나가야만 했었지만, 그 쪽은 6차로라서 차량통행이 제법 많았던 편... 그리하여 그 대신 중간에 있는 이름없는 "북천 다리" 를 걸어서 건너야만 했었다. 남자중학교인 신O중학교는 담장을 여자중학교인 서OO여중학교와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등교길에는 특히 북천 다리 주변에는 언제나 적지 않은 숫자의 여중생들이 보이곤 하였다. 경주시 유일의 남녀공학 중학교였던 계O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남자중학교들과 여자중학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실정이었다 보니, 서로 담장 하나를 두고 양쪽으로 나눠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신O중과 서OO여중은 사실상 남녀공학에 가까운 분위기인 듯 보였다. 그러한 연유로 나도 내 중학교 입학 동기들도 입학 초기부터, 어쩌면 예쁜 여중생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바램으로 마냥 설레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중학교는 일자로 길쭉하게 생긴 직육면체 같은 3층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1학년은 1층, 2학년은 2층, 3학년은 3층의 단순한 배열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중쪽 학교 담장은 성인 키를 살짝 넘길만큼 높은 편이라서 1학년 내내 건너편은 쳐다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연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다분히 유익한 환경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2학년이 되어 드디어 교실이 2층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나는 물론이고 내 친구들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스믈스믈 커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2층 복도에서 고개만 슬쩍 돌려봐도 담장 너머의 여중 모습이 한눈에 들어올만한 구조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서OO여중 역시 나의 중학교처럼 일자로 길게 늘어진 4층인가 5층의 건물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여중 쪽을 쳐다봤을 때 가장 먼저 본 풍경이란... 1층 맨끝쪽 구석에 그 여중의 쓰레기장 겸 소각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3학년쯤으로 보이는 두세명의 여중생들이 모여서 담배 피고 있는 장면 ㅜㅜㅜ 그나마 그쪽을 무심코 바라보았을 뿐인데, 그 누나들로부터 날아든 고함소리 "죽을래, 어딜 쳐다 봐!" 무서워서 죽을 뻔했다.
그리고 또 눈에 들어온 것은... 쉬는 시간마다 벌떼처럼 매점으로 달려드는 여중생들의 모습이란...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먹잇감을 발견한 아프리카 사자가 달려들듯이... 어느 여중생이 그랬다. 나 요즘 다이어트 하느라 밥도 거의 안 먹는데, 왜 계속 살이 안 빠지는걸까. 그 이유는 밥 대신 빵을 네다섯 개 먹어치우기 때문이라는 ㅋㅋㅋ 어쩌다 그러는 것이 아니고,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여중생들은 매 쉬는시간이 되면 쉬는 것이 아니라, 허기진 배를 채우러 매점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나의 남자중학교에는 매점이 없었기 때문에서인지 그들의 매점을 향한 질주는 나에게는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