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요즘의 이 무더운 날씨를 가진, 중학교 2학년의 어느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도 학교에서 우유를 받아먹는 이른바 우유 급식을 하곤 했었다. 나야 당연히 집에서 우유 급식하라고 돈을 주지 않아서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제법 많은 수의 학생들이 우유를 받아먹었었다. 나는 우유 못 받아먹는 것도 서러운데,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유 배급을 받아오는 우유 급식당번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우유를 마시고나면 보통 교실 맨 뒷편에 가지런히 놓아둔 파란색으로 얼기설기 구멍이 뚫려있는 플라스틱 우유 박스에다가 빈 우유통을 놓아두게 하였었다.
그 날따라 아이들이 무언가 크게 장난 칠 궁리를 하였던 것 같았다. 창문 하나 너머로 여중생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리다 보니, 언제 누가 장난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담장 하나만이 둘 사이에 놓여있을 뿐, 두 학교 모두 공립중학교이다 보니... 수업시작 종이 치는 시간도 쉬는시간 종이 치는 시각도 서로 동일하고 모든 것이 똑같이 움직이는 모양새였다. 한번은 건너편 여자중학교 건물에서, 어느 반이 체육시간 준비하느라 그랬는지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모습이 포착되었었다. 커튼 치는 것을 깜빡한 채로 누군가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옷을 벗기 시작했던 모양이었다. 이쪽에서 그걸 발견한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복도 창가쪽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웅성웅성 무슨 일이 났나 싶었는지 다른 반 학생들도 일제히 복도로 뛰쳐나왔다. 상당히 많은 수의 남자 중학생들이 복도 창가에 와르르 우르르 들러붙었다... 반대쪽에서 어느 여학생 한 명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그제서야 당황한 여학생들이 황급히 커텐을 모조리 다 치게 되면서 순식간에 상황은 종결되었다.
그런데 그 날은 진짜 누군가가 더위 먹은 것처럼 정신이 회까닥 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