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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체리 May 03. 2020

결국, 정규직행 막차는 떠나 버렸다


나는 공무원 시험의 막차를 놓쳤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영재 소리 좀 들으며 컸다. 그러나 비정규직 강사로 일하다가 정규직 교사로 환승하려고 작년까지 임용고시를 보았 결국 막차까지 놓치고 말았다.


교원자격증을 따기 위해 결혼 전 모아두었던 비상금을 털고 마이너스 통장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출산과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남들보다 한 학기를 더 다닌 끝에 서른세 살에 겨우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마흔여섯 살이 될 때까지 교원 임용고시를 보았다.

    

남들보다 돌아 돌아 힘들게 공부한 것이 결국 내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들어간 돈과 시간의 본전을 뽑기 위해 시험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투자금은 합격 후 몇 년만 일하면 회수될 것이고, 아이들이나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시험만 합격만 하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절실하게 합격해야 했고 더 깊이 시험에 빠져들었다.


꿈을 향한 도전인지 아니면 꿈에 대한 질척거림인지 모호해지는 순간, 최종 불합격을 했다. 매몰비용 회수는 고사하고 내가 14년 동안 꿈꿔 왔던 미래가 모래성처럼 허망하게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다시 한 살 나이를 먹어 마흔일곱이 되었고 유치원생이던 큰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정규직의 막차를 놓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성공만 보며 달려왔기 때문에 실패 이후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한 가지 꿈에만 매달린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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