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회사 이야기
커리어에 대한 열망으로 야심 차게 시작한 첫 사회생활
처음이라 서툴렀던 걸까? 어쩌면 시작부터 조금 혼선이 생겼다.
아래 문장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난 잠재력 있는 회사에서 시작하는 것도 팔리는 커리어를 만들기 위한 괜찮은 투자라고 판단했다.
비록 그 회사가 작은 규모, 낮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도 말이다.
<Ep.3-1 내용 중>
내가 놓친 부분 : 잠재력 있는 회사(★★★)
내가 선택한 부분 : 작은 규모(☆), 낮은 인지도(☆)
정작 중요도가 높은 키워드는 면밀하게 체크하지 않은 채 첫 회사를 선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회사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법을 모르기도 했다.
사실 작은 규모, 낮은 인지도의 회사는 뛰어난 스펙 없어도 비교적 입사가 쉬웠다.
행정학 전공자로서 어디서든 일단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직무는 마케팅이었다.
그렇게 작은 규모의 낮은 인지도를 가진 한 뷰티 회사에 입사했다.
업력은 8년 정도, 약 15명 내외의 직원을 가진 회사의 첫 신입 공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돌이켜보면 그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신입 공채를 진행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당시 성장의 갈림길에 있던 브랜드는 지인을 통해 인재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전략팀장으로 영입하며 새로운 브랜드 목표를 수립하게 된다.
타겟 고객군 : 4050 → 2030 확장
유통 채널 : 홈쇼핑 → 자사몰&올리브영 확장
동시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전략팀장은 반대를 무릅쓰고 신입 공채를 추진한다.
무려 8명을 신규 채용해 마케팅, 상품기획, 수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달간의 인턴십을 거쳐 20년 2월 정규직으로써 마케팅팀에 첫 출근을 했다.
중소기업은 지인의 추천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내가 속했던 마케팅팀의 팀장도 대표의 절친한 동생으로 입사한 지 일주일 정도 된 상황이었다.
다행인 건 퍼포먼스 마케팅 운영 경험, 뷰티 브랜드 런칭 경험도 있는 분이었다.
'당연히 이 정도 경력이 있어야 팀장급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중소기업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인생에서 처음 만난 팀장님. 처음 불러보는 호칭이 어색했지만 내 편이라는 생각에 괜히 든든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팅을 진행하면 사담(97%), 업무(3%)의 엄청난 비율이 꾸준히 유지됐다.
특히 그 사담의 내용이 툭하면 된소리 욕이 나오는 저급한 수준이라 점차 멍 때리는 날이 많아졌다.
보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게 나는 6개월 만에 탈출을 결심하고 첫 퇴사 선언을 했다.
인사팀장을 겸하던 앞서 등장한 전략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신입 공채 중 퇴사자가 이미 다수 발생했기에 또 퇴사자가 생긴다는 것에 전략팀장은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퇴사를 막기 위해 전략팀장은 상품기획팀으로 직무 변경 제안을 했다.
이직처가 정해진 상황은 아니었고 뷰티 회사에서 상품기획, BM 직무는 귀하기에 수용했다.
하지만 당장 마케팅 팀장님과 매일 마주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은 지속됐다.
그럼에도 상품기획팀에서의 7개월은 굉장히 재밌었다.
마음에 맞는 팀원과 함께 시장의 트렌드를 컨셉화하여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다만, 그 사이에 회사에서는 몇 없는 윗분들 간의 정치 싸움이 시작됐다.
업무 미팅보다는 작전 회의가 많아지더니 결국 당일 해고 당하는 사람이 생겼다.
결국 최종적으로 승기를 잡은 사람은 본인의 지인들로 빈자리를 채워 나갔다.
알고 보니 신앙심으로 뜻을 함께하는 같은 종교를 믿는 동료(?)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자니 내가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버티고 있나 싶었다.
이미 현타를 느낀 상태에서 이직 결심을 하니 이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재직 기간 1년을 갓 넘긴 상태에서 거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도 없었다.
사람이 급한 다른 뷰티 스타트업에 지원했고 바로 합격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21년 2월, 그렇게 한 회사에서 두 번의 퇴사 선언을 했다.
Question) 당신의 첫 퇴사가 기억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