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는 진짜 있는 것 같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거운 생각으로부터 해방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최근 1년간 유독 큰 사건이 많았다.
'이게 아홉수라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였다.
다행인지 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건강상의 이슈가 있던 것은 아니다.
나에게 생긴 큰 사건이란 살면서 처음 겪는 사건,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마주하고 - 해결하고 - 극복하면서
처음에는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 나 자신이 뿌듯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됐을까?'
'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점차 명확하지 않은 시점을 막연히 후회하고
더 이상 상황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 나의 한계를 의심하고
모든 것의 원인은 나 자체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며 무게를 덜어내던 고민도 이제는 내 안에만 머물렀다.
답을 낼 수 없는 고민만이 이어지면서 감정 조절이 어려운 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우연히 메모장에 지금 내 기분을 적었다.
'내 인생 망했다.'
머리속에만 맴돌던 생각을 글로 보니 남의 얘기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놀랍게도 그 순간 망했다고 생각한 내 인생이 재밌어졌다.
살면서 처음 마주한 생소한 감정을 다른 누군가도 느끼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쓴 한 줄에서 위로받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기쁘고, 슬프고, 힘들 땐 글을 써야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