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갱작가 May 18. 2021

"저 퇴사했어요!"

진짜 '으른'이란 이런 걸까?


 최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대형 광고주가 있다. 지출하는 금액도 크고, 섬세한 핸들링을 원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광고 송출 현황을 살폈다. 특히 여기는 커뮤니케이션할 때 진땀을 빼던 곳이었다. 담당자 한 분은 주임님, 한 분은 팀장님이었는데 특히 팀장님의 경우 예리한 질문과 빠른 피드백을 원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해당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심장부터 떨어졌다..)


 // Call - K 브랜드 정 팀장님 //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에 이름을 확인한 후 심호흡을 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퇴사를 하게 됐어요!" 생각지도 못한 밝은 목소리에 한 번 놀랐고, 퇴사 소식에 두 번 놀랐다. 어쩐지 평소보다 두 톤 높은 목소리가 들려와 내가 다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아직 해당 정 팀장님과 일을 한지 한 달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소통하기 그렇게 어려워했는데, 떠나간다니 왜 이리 아쉬움이 느껴졌을까?


"아~ 아직 함께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욱 아쉬운 것 같아요!" 

"그렇죠~ 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이유는 퇴사 소식도 전하고, 다음에 또 연락드릴 일도 있을 것 같고요. 심 주임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려고요." 

"네네! 저희도 계속해서 노력하겠고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 밀려왔다. 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릴걸. 다른 곳 가셔도 좋은 일 가득하시라고 할걸. 한 편으로는 마지막까지 인사를 건네 온 정 팀장님의 모습에서 사회생활하는 '으른'의 찐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단톡방에서 인사를 건넬 수도 있지만 직접 연락이 왔다는 것은 비록 대행 업무로 인연이 시작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파트너로서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동안의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를 내포한 것 아닐까 싶다.


 아직도 그 밝고 쾌활한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뜬금없지만 누군가의 퇴사 소식을 들으니,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만약 광고주와 대행사 관계가 아닌 사석에서 만났더라면 꽤나 즐거운 관계였을 것이다. 평소 어려워하던 정 팀장님의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어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일인데 섬세하고 대단했다.

이전 19화 하반기 예산이 30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