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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작가 Jun 29. 2021

하반기 예산이 30억?

미디어 플랜 작성은 어려워


"안녕하세요, 이번에 하반기 미디어 플랜을 작성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가능합니다! 예산이 어떻게 되실까요?"
"30억이요."

"아..! 그러시면.. 메일로 몇 가지 더 여쭤봐도 될까요?"
"네. 다음 주 금요일까지면 괜찮으실까요?"

"네, 좋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뒤로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억 단위의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지 어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생긴 것이다. 계산해보면 자그마치 월 5억이었다. 때마침 옆을 지나가는 팀장님께 help me를 외쳤다. 팀장님도 정신이 번쩍, 옆에서 듣고 있던 팀원의 눈도 2배 확장. 간혹 가다 마케팅 예산이 큰 광고주의 요청이 들어오면 좋은 듯, 안 좋은 듯 2가지 마음이 공존하게 된다. 


이미 바쁜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케어할 수 있을까?

VS

예산이 넉넉한 만큼 다양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겠다!


 우선 팀장님과 회의 날짜를 픽스하고, 전달받은 추가 정보를 바탕으로 내 선에서 대략적인 1차 계획안을 구상했다. 가장 난감했던 부분은 대행 수수료였다. 몇 퍼센트로 제안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추적장치도 심어야 하고, 콘텐츠 제작비도 별도로 분리해야 했다. 각 항목별로 예산을 분배하는 부분이 가장 고민이었다.


 우리는 온라인 마케팅에 특화되어 있지만, 오프라인 광고도 계획해야 하기 때문에 옥외광고 비용도 살펴보게 되었다. 타겟을 직장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오피스타운 엘리베이터 TV 화면이나 지하철역 스크린 화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영등포역, 강남역과 같은 곳은 얼마일까? 


 사이트에 들어가 단가를 확인했다. 확실히 TV CF보다는 저렴했다. 1개월에 200~500만 원 정도면 계약이 가능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온라인 광고가 강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옥외광고를 찾는 수요는 여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들어 당근마켓 등 유명 스타트업에서도 건물 외벽에 홍보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첫 번째로 어려웠던 부분이 각 항목별 예산 분배였다면, 두 번째로 어려웠던 건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일, 이건 정말 생각을 요하는 일이었다. 


 마케팅에 변수가 워낙 많아 월별 액션을 구축하는 것은 참 힘들다. 구축한다고 해도 그 당시의 데이터를 보고 즉각적으로 다른 액션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고주는 상부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플랜/계획서/월별 액션> 등등의 키워드를 선호한다. 


 마케터는 월 몇 천만 원의 광고주를 다루기 때문에, 돈에 대해 감각도 더뎌지는 것 같다. 평소에는 6,000원짜리 음료를 시킬 때 고민을 하다가도, 캠페인 1개당 예산을 몇 백씩 태울 땐 그저 지출이 잘 되길 바란다. 이 직무와 돈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평소에 돈과 친하게 지내 두면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우리는 온라인 광고만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전문 대행사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고, 아래와 같이 3자 협업을 하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온라인 광고기획사 = 내가 속한 회사
오프라인 광고기획사
광고주


 각자의 위치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슬기로운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광고주는 알았나 보다. 우리는 대행사이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잘 실행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인하우스 담당자는 내부 이해관계자와 얽혀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수치적인 결과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해당 광고주는 우리와 오랜 기간 합을 맞춘 파트너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고 싶었다. 더 유명해져서 "내가 저 브랜드 담당했잖아~"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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