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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작가 May 18. 2021

"저 퇴사했어요!"

진짜 '으른'이란 이런 걸까?


 최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대형 광고주가 있다. 지출하는 금액도 크고, 섬세한 핸들링을 원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광고 송출 현황을 살폈다. 특히 여기는 커뮤니케이션할 때 진땀을 빼던 곳이었다. 담당자 한 분은 주임님, 한 분은 팀장님이었는데 특히 팀장님의 경우 예리한 질문과 빠른 피드백을 원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해당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심장부터 떨어졌다..)


 // Call - K 브랜드 정 팀장님 //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에 이름을 확인한 후 심호흡을 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퇴사를 하게 됐어요!" 생각지도 못한 밝은 목소리에 한 번 놀랐고, 퇴사 소식에 두 번 놀랐다. 어쩐지 평소보다 두 톤 높은 목소리가 들려와 내가 다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아직 해당 정 팀장님과 일을 한지 한 달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소통하기 그렇게 어려워했는데, 떠나간다니 왜 이리 아쉬움이 느껴졌을까?


"아~ 아직 함께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욱 아쉬운 것 같아요!" 

"그렇죠~ 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이유는 퇴사 소식도 전하고, 다음에 또 연락드릴 일도 있을 것 같고요. 심 주임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려고요." 

"네네! 저희도 계속해서 노력하겠고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 밀려왔다. 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릴걸. 다른 곳 가셔도 좋은 일 가득하시라고 할걸. 한 편으로는 마지막까지 인사를 건네 온 정 팀장님의 모습에서 사회생활하는 '으른'의 찐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단톡방에서 인사를 건넬 수도 있지만 직접 연락이 왔다는 것은 비록 대행 업무로 인연이 시작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파트너로서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동안의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를 내포한 것 아닐까 싶다.


 아직도 그 밝고 쾌활한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뜬금없지만 누군가의 퇴사 소식을 들으니,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만약 광고주와 대행사 관계가 아닌 사석에서 만났더라면 꽤나 즐거운 관계였을 것이다. 평소 어려워하던 정 팀장님의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어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일인데 섬세하고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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