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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마음 May 29. 2020

간호사의 소신

만으로는 힘들어요.

바쁜 업무, 불규칙적인 생활, 예측 불가한 근무 스케줄을 논외로 하고서도 부가적으로 나를 지치게 하는 건

간호사를 향한 시선이다.


뜻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라는 말이 조언이랍시고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이 이 때문이다.


의료진 덕분에.


참 좋다. 그렇지만 내 주변 나를 아낀다 하고 현실을 잘 안다 하는 사람들은 내게 너 참 멋있다 말하지 않는다.


- 그만두는 게 어때?

- 삼 교대는 가망이 없어.

- 찾아보면 더 나은 일이 있을 거야. 네가 거기에 네 젊음 투자하며 있을 이유가 전혀 없어.

- 그 일을 결혼하고서까지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


분명히 누군가가 채워야 할 자리다.

가족 중 누군가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좀 더 경험이 많은 간호사가 봐주길 바라는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테지만 사회의 시선이 말하길, 간호사를 왜 하냐 한다.

가망이 없다 한다.

간호사는 몸만 축나지 대우도 못 받을 직업이라 말한다.

빨리 도망치라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알고 있다. 대한민국 간호사의 실제 업무들에 비해 그들이 받는 대우가, 그리 후하지 못하다는 것을. 오히려 박한 축에 가깝다는 것을.


이런 분위기에서 신규가 가뜩이나 힘든 근무 환경에서 씩씩하게 버틸 힘이 날까?

이런 분위기에서 경력 간호사가 이직 고민을 접고 병원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한 동기를 얻을 수 있을까?


- 어느 정도 경력 채웠으면 좀 더 나은 자리를 알아봐라.

부모님이 말씀하신다.


누군가는 채워야 할 자리에 너는 아니라 말한다.

내공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신규만 가득하다.


- 뜻을 품지 않는 이상 힘들어요. 잘 생각하세요.


나는 변명한다.

나도 간호사 일을 하며 느끼는 어떤 장점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오늘도 결단을 미룬 어떤 간호사의 고민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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