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퇴근길 맨발편지
오늘도 추암해변을 맨발로 걷는다.
모래알 하나하나가 내 발에 말을 걸어온다. “너 혼자 아니야.”
그 순간,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기억 속 드라마 대사 한 줄.
“혼자 힘내서 되는 일 없다.”
그 말이 오늘 하루를 붙들었다.
이 말은 누가 내게 해준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읽은 것도 아니다.
그냥, 문득… 내 안에서 드라마의 기억으로 올라왔다.
사실 몇 년간 추운 겨울을 보내며 ‘힘내세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누군가 툭 던지듯 보내는 문자 속에도,
길 가다 만난 지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 말속에도.
물론 고맙다. 진심이었기를 바라며.
하지만 가끔은 그런 말들이
“그냥 네가 알아서 잘 버텨봐” 하는 뜻처럼 들린다.
‘혼자 잘해봐, 너는 강하잖아’ 같은 말로.
그래서 힘이 나기보다, 외로워졌다.
그래서 봄이 온 오늘,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혼자 힘내서 되는 일 없다니까요.”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거면 족하다.
맨발로 걷는 길은 혼자 걷지만, 등 뒤에서 바람이 밀어주고, 해변에서 파도가 손뼉 치듯 함께 걸어준다.
사람도 그렇다.
혼자서는 못 간다.
누군가 한 사람,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그 존재 하나면 충분하다.
당신에게 오늘 내가 그 사람이 될게요.
“혼자 힘내서 되는 일 없어요.”
우리, 같이 걸어요.
퇴근길이든 인생길이든.
“퇴근길 맨발편지”는 출근길 혹은 퇴근 후 맨발로 바닷가를 걷는 문화기획자 조연섭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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