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국가유산청 생생문화유산 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동해의 신선 심동로」 실경뮤지컬 프로젝트는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동해문화원이 주관하고,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은 국고 공모사업이다.
본 사업은 동해시 추암의 문화유산 해암정과 그 창건 인물인 심동로에 관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 문화유산의 재인식과 활용 방안 모색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과거의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지속 가능한 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일회성 체험을 넘어서는 확장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아울러 해암정과 심동로를 소재로 창작뮤지컬을 제작·공연하여 문화유산 자체를 홍보하고, 지역주민(특히 다문화가족 등)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사회적 시너지와 통합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사업추진 방식은 인문학 교육과 뮤지컬 창작을 결합한 형태다. 먼저 지역의 역사 전문가와 함께 “해암정 마스터 클래스”를 5회 운영하여 해암정의 역사와 심동로의 생애 등 관련 인문학 지식을 습득하도록 했다. 이후 예술 전문가들의 지도로 뮤지컬 클래스 20회를 진행하여 발성, 악보 읽기, 노래 등 을 읽히며 뮤지컬을 준비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실경 뮤지컬 워크숍 공연을 준비하였으며, 2022년 10월 8일 오후 7시 심동로가 정자를 세웠던 추암 해암정 현지에 실경을 무대로 창작뮤지컬 쇼 케이스 공연을 개최했다. 이 공연은 동해문화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어 디지털 아카이브로도 남았으며, 현장에는 약 200명의 시민 관객이 모여 역사 인물 공연을 체험했다.
이 사업에는 동해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구성원, 지역주민, 대학생 등 총 32명이 공연 제작과 출연에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오디션과 클래스를 거쳐 시민 배우로 발탁되었고, 전문 연출진과 함께 창작뮤지컬 제작 과정에 참여하였다. 특히 다문화가족의 적극적 참여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시민들이 협업하였고, 동해안 지역 대학인 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들도 일부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하여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지역공동체 예술 활동을 구현했다.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지역의 여러 기관과 협력했다. 동해시 가족센터와 협조하여 다문화 가족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가톨릭관동대학교 미디어예술대학과 연계하여 실용음악 전공 교수진이 보컬·악보 지도를 맡는 한편 학생들의 참여를 도모했다. 더불어 동해역사문화연구회(윤종대 회장 등)와 협력 관계(파트너십)를 구축하여, 인문학 클래스에서 심동로의 역사와 사상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공연의 학술적 기반을 다졌다.
“동해의 신선 심동로” 사업은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에게 해암정과 심동로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전문가들은 동해시 최초로 시도된 실경 뮤지컬이 색다른 문화재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고 호평하였으며, 다른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유산 활용사업과 차별화된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다문화 가족과 청년들의 공동 창작 참여는 문화 다양성 존중과 사회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계기로 작용하였으며, 시민들은 공연을 통해 지역의 역사 인물을 보다 친근하고 생생하게 이해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본 사업은 향후에도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공동체 예술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제시하며, 지역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 “동해의 신선, 신재 심동로”의 이야기는 고려 말 1361년(공민왕 10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신재 심동로(본명 심한, 호 신재)는 고려 왕조의 한림 원사 등을 역임하였으나, 홍건적의 난 등으로 혼란에 빠진 국정에서 제 뜻을 펼치지 못하자 관직을 내려놓고 동해 추암으로 낙향한다. 공민왕은 그의 충절과 결단을 아쉬워하며 떠나는 심한에게 “동쪽으로 간 늙은이”라는 뜻의 이름 “동로(東老)”를 하사하였고, 그때부터 심한은 심동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심동로는 동해 바닷가 기암 절경이 펼쳐진 추암 능파대 위에 해암정이라는 정자를 직접 세우고 은거하면서, 후학을 모아 학문을 가르치고 인재를 길러 지역의 학풍 진흥에 힘쓴다.
뮤지컬은 실경무대인 해암정을 배경 삼아, 역사적 사실에 지역의 전설과 상상력을 가미하여 전개된다. 심동로가 바닷가에서 지내는 가운데, 추암의 명소인 촛대바위에 얽힌 환상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마다 거친 파도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심동로와 교감하는데, 알고 보면 그녀는 낮에는 바위로 변신하는 바다의 신비로운 존재이다. 심동로는 꿈속에서 만난 이 동해의 미인과 교류하며 속세를 떠나 자연과 벗하는 신선의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경의 궁궐에서는 나라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왕의 부름이 다시금 내려온다. 왕은 심동로에게 급히 입궐하여 어지러운 정세를 바로잡으라는 어명을 내리고 사자를 보낸다. 이로써 심동로의 내적 갈등이 고조된다. 한쪽에는 자신을 다시 부르는 왕명에 따른 충신의 책임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바다와 벗하며 살아가는 은둔자의 자유로운 삶에 대해 끌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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