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지역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 느림 속에는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이 응축되어 있다. 오래된 우체국의 낡은 벽, 바다로 향하는 마을의 길, 이름 모를 장인의 손끝에 남은 기술. 이 모든 것은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지역사회의 뿌리이자 미래를 견디게 하는 힘이다. 오늘날 “지역문화아카이브”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기록을 보존하기 위함보다 공공영역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사회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기록은 중앙과 제도의 권한 아래 놓여 있었다. 전문가와 기관 중심의 관리 체계는 효율적이었지만,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배제했다. 문화의 현장은 있었지만, 그 현장을 기록할 권리는 부여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록의 민주화’는 지연되었고, 지역사회는 자신을 해석할 언어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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