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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운 Aug 25. 2024

호빗을 읽고

반지의 시작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이야기


몇 년을 쟁여뒀는지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 책 시리즈를 한 1년 넘게 머리맡에 두고도 거의 읽지 않았다.
영상이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일까? 아니면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다 읽은 나에게 톨킨의 문체가 잘 맞지 않았던 것일까? 아무튼 '호빗' 몇 장을 읽다가 엄청 오랫동안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린 고객개발'이라는 책을 모두 읽자마자 그다음에 집어 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사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거의 동시에 읽고 있었지만, 이 책은 주로 집에서 읽고 있었다.


내 판타지의 시작은 '해리포터'였다. 하지만 모든 판타지의 시초는 톨킨이라는 사람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을 중학교 때 '반지의 제왕' 덕후인 친구 덕에 이미 알고 있었다.(이름이 김재형...이었을 거다) 세상의 모든 판타지스러운 존재들, 예를 들면 드워프, 엘프, 마법사 같은 판타지스러운 생물들... 이 모든 것들의 기초와 근간은 톨킨이라는 사람이 거의 최초로 만들어 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익히 영화를 통해 접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들과는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짧다면 짧을 수도, 길다면 길 수도 있는 부분인데,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를 모두 본 나로서는 피터 잭슨이 얼마나 책과 유사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영화화한다고 해서 모든 영화를 본 나로서는 사실 내가 상상했던 부분들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들, 훨씬 더 깊이 묘사된 책에 비해 그냥 넘어간 부분들이 많아서 '반지의 제왕'도 그저 그런 수준이 아닐까 했었다. 하지만 '호빗'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반지 원정대'를 읽어보면 '반지의 제왕'의 영화화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호빗'은 반지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이지만 반지가 주가 되는 스토리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부터 시작이고, '호빗'은 반지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떻게 주인공인 빌보에게 이 반지가 들어가게 되는지만 간단하게 서술된다. 주로 빌보의 이야기, 빌보가 난쟁이들과 어떻게 우정을 쌓는지, 간달프는 또 왜 그렇게 바쁜지, 난쟁이들의 고집은 얼마나 센지, 엘프들은 또 얼마나 고귀한 척, 도도한 척 우월의식을 느끼는지 등 '반지의 제왕'의 시작을 위한 복선을 엄청나게 깔아 둔다.


책의 제목은 '호빗'이다. '반지의 제왕'에서의 호빗은 매우 평화롭고 싸움을 싫어하며 축제를 좋아하고 권력에 욕심이 거의 없는 종족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초반에 빌보의 집에 난쟁이들이 미친듯이 쳐들어오는데, 빌보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제로 화는 거의 내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책에서도 그렇고, 반지를 발견하고 파괴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호빗의 역할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체 '반지의 제왕'의 스케일로 봤을 때는 정말 작고 보잘것없어서 사우론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존재인데, 그런 존재가 반지를 발견해 버린다. 특히 골룸도 호빗과 친적정도 되는 종족이기에 처음엔 그렇게 나쁜 종족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가장 초기에 반지를 발견한 호빗족이다)


호빗이라는 존재가 하는 행동들이 크게 중요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마우그를 인간이 죽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하고, 아르켄돌에 욕심내지 않고 엘프와 드워프를 융화시켜 고블린과 오크들에게 대항할 수 있게끔 행동한다. 지혜로운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어 언젠가 좋은 일로 다가올 것이라고 믿고, 사우론과 사루만은 별 의미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영화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오는 복선 중의 복선이다.


'호빗'은 장대한 소설의 규모로도 재미있는 책이지만, 착하고 작은 호빗의 행동을 지켜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사소한 행동이나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내 행동이 언젠가는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준다.


앞으로 세 권의 책을 더 봐야 한다. 빌보는 늙지 않고, 간달프가 찾아온다. 그의 양아들급 사촌인 프로도에게 본인이 주운 반지를 넘겨준다. 이 행동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갖는 행동이다. 지금 '반지 원정대'를 읽는 중이니 이 책을 다 읽고 위 내용에 대한 설명을 거기에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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