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가 미래다!
철학은 사물의 근원에 대해 연구하며
사물과 현상에 대한 기본 전제들을 탐구합니다.
더불어 종교와 도덕적 문제를
개념적ㆍ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실존적 관심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엔 기술자도 있어야 하지만,
기술을 문명과 인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리더’가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는
철학을 통해 완성됩니다.
기술 교육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인문학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허나 인문학적 소양은
인간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업의 조직 문화를 혁신적으로 개편한다거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 능력 따위는
철학적 사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절대 완성되지 않을 겁니다.
철학연구원이라 하면 ‘점 보는 사람’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언급하는 철학연구원은
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활동하거나
대학부설연구소에서 연구직으로 있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아주 현실적으로 접근했을 때
철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철학과 졸업 후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긴 하지만,
저는 전공을 그대로 살려
철학이란 학문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는
철학연구원의 직업적 가치에 관해 논해보려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84909?sid=102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20 한국의 직업정보>에는
우리나라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철학연구원이 뽑혔다는 소식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조사 연구에는 언제나 오류가 있기 마련입니다만,
마냥 무시할만한 결과는 아닌 듯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학문을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
대인관계로 인한 갈등이 적다는 점,
연봉 수준이 괜찮다는 점 등
철학연구원이란 직업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음이 확인됩니다.
철학연구원은 지속적인 연구를 업으로 삼습니다.
과거의 철학을 학습하는 것은 물론
현재와 미래 세계에 영향을 끼칠 철학적 사유를 탐구합니다.
학술대회를 통해 이를 공유하고 토론하거나
강연을 통해 대중들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구현하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1929년 당시 삼류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에,
로버트 메이나드 허친스 총장이 부임합니다.
그리고 그는 ‘시카고 플랜’이란 정책을 시행하죠.
이는 고전철학 독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으면
졸업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삼류대학이었던 시카고 대학을
노벨상 수상자 100여명을 배출하는
최상위권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게 했으니까요.
실리콘밸리 투자자이자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은
AI 시대의 유망 전공 중 하나로 ‘철학’을 꼽습니다.
기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이를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해선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인문학도가 필요하단 것이죠.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유사하게
‘바칼로레아’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가장 명확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수능은 대입 자격시험이지만,
바칼로레아는 ‘졸업 시험’이란 점입니다.
특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모든 프랑스 학생들은
‘철학’ 시험을 치릅니다.
물론 다른 과목의 시험도 있으나
철학 시험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오는 제도입니다.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 (1993년)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1996년)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 (2000년)
특정한 문화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2006년)
위와 같은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하여
4시간 동안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시험입니다.
철학을 비롯한 여러 과목을 일주일 간 치르며
20점 중 10점을 넘긴 학생들에겐
국공립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됩니다.
물론 불합격자들에게도
재시험의 기회가 부여되고요.
놀라운 것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가 공개되면
프랑스 전역에서 ‘토론’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정치인들이 TV에 출연해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길거리나 공원, 집, 어디든
다들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만을 논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시험 문제를 풀어내며
깊이있는 통찰력과 논리력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죠.
철학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진출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고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도 않습니다.
철학뿐 아니라,
모든 인문학이 그러한 실정입니다.
허나,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은 올 것입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지만
다들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철학이 없으면,
급격한 기술 발전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를 혼돈 속에 빠져들게 만들 겁니다.
그래서 철학연구원은,
불확실한 미래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