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돌이에겐 인테리어가 매우 중요하지요-
(1) 나, 아, 아파트 사는 남자예요
직장이 생긴 이후 월급의 75%를 모조리 적금으로 때려 넣는 과감한 도전이 있었고, 이 과감함은 내게 생활고란 선물을 주었다.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사고 싶은 걸 사지 못했다. 지독했던 5년의 원룸 생활. 비로소 아파트 전세 자금이 마련되었다. 마침 동네에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었고, 전세 물량도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때다! 입주 초기이고, 당시 안성의 집값은 그리 부담되는 정도가 아니었으므로 무난히 삼정그린코아의 주민이 될 수 있었다.
보유한 자산 중 일부는 가전제품과 가구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부족한 전세 자금은 ‘은행님’께서 대신 내주셨으므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입주 전 들어와서 살게 될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며 좁디좁은 원룸에서의 생활을 청산한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 첫 아파트!
원래 가전제품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 저렴한 것만 취급하면 잔고장에 엄청 시달리게 된다는 경험에 의한 판단으로, LG 베스트샵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온갖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는 휴대폰도 여전히 LG폰을 쓴다. 사랑해요, LG! ― 무엇보다 TV. 원룸 안에서도 안경을 껴야 제대로 화면을 볼 수 있던 그 조그마한 TV 화면 대신 내 몸뚱이보다 큰 거대한 화면을 통해 드라마를 볼 수 있다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 성공했구나! 계약서를 쓰며 직원분 몰래 흐뭇함을 만끽했다.
문제는 가구. 가구에 있어서는 정말 문외한이었다. 직접 사 본 경험이 없었다. 요즘 원룸은 당신도 알다시피 풀옵션이다. 있을 게 이미 다 있는 상태. 침대며 책상이며 모든 것이 완비된 곳이 바로 원룸이다. 그러니 가구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고,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태였다. 이럴 땐 당연히 엄찬, 엄마 찬스! 어머니께 부탁드렸더니 기다렸다는 듯 가구 매장을 운영하는 지인분께 연락을 했다. 역시나 후다닥, 후다닥. 신이 지구인을 위해 어머니란 존재를 만든 이유가 있구나…. 며칠 뒤 지인분이 직접 차를 태워 가구매장으로 데려가 주셨다.
난생 처음 가 본 가구매장에 관한 첫인상은 단연코 ‘넓다’였다. 세상 모든 가구가 이 안에 다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뭘 보기만 해도 다 멋지고 예뻐서 딱히 고르거나 할 수가 없었다. 답답하셨는지 내가 망설이고 제대로 둘러보질 못하자 사장님께선 직접 가구들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자, 여기 책상은 이거면 좋을 것 같고, 책상이랑 어울리는 책장은… 저기, 저 큰 거, 저거면 되겠네!”
뭔가 수상했다…고 해야 할까.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가구 선택. 책상에 책장은 물론 침대와 식탁, 소파,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정말 골라 주시는 것들 모두 나쁘지 않았다. 만족스러웠다. 뭔가 수상했지…만 불과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다.
아파트 입주에 맞춰 가구들도 배송되었고, 사장님은 친절히 설치까지 완벽하게 해주셨다. 그리고 그렇게, 내 아파트에서의 삶은 시작되었다. 당연히, 아무 불만이 없었다. 그저 아파트에서의 순간순간이 설렘 가득한 행복한 나날이었으므로. 그런데 고작 몇 달이 지났을 때, 나는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집 근처, 정확히는 기흥이라는 동네에 ‘이케아’가 공식 오픈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