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Manager, 악마의 게임에 맞서다-
(2) 멈출 수 없었고, 멈출 이유가 없었다
곧장 삼순이를 열어 어둠의 경로로 Football Manager, 줄여서 FM2011을 깔았다. 룸메의 설명과 같이, 정말 나에게 딱 들어맞는 게임이었다. 굳이 정신없이 컨트롤을 하는 게임이 아니었던 것! FM에서 유저의 역할은 선수가 아닌, 감독이다. 팀을 운영하며 선수를 영입 혹은 방출하고, 전술에 맞게 선수를 배치하는 정도가 역할의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게 실제 선수나 팀이 반영되어 있어서 현실감이 굉장히 높았다. 진짜 내가 유럽 유명 구단의 감독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것. 실제로 이런 상상을 하는 축구인들이 많다. 상상 축구라고도 하는데,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가만히 머릿속으로 자신이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이나 펩 과르디올라(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의 유명 감독)라도 된 양 상대 팀 맞춤형 전술로 우리 팀 선수를 배치해보는, 그런 상상 축구를 하는 것이다. 인프피들은 특히나 이걸 즐기는데 이런 인프피에게 중독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니까!
가장 먼저 팀을 고른다. 역시나 내 최애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선택했다. 그다음엔 포메이션을 설정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4-2-3-1에 맞게 선수를 배치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 선수를 배치하고 나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기존 팀 구성에 있어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기 마련. 이에 FM의 꽃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선수 영입’을 시작하게 된다. 프리미어리그가 열리는 잉글랜드는 물론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 스카우트를 파견하여 실력 있는 선수를 물색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 차이라는 게 있겠지만, FM을 할 때 내 가장 강력한 취향은 ‘국뽕’이다. 우리나라 선수를 영입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로 키워내는 것. 2011년 당시 독일 함부르크SV에서 뛰고 있던 손흥민을 영입한다! 그리고 당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것이다. 첫 시즌엔 그리 큰 활약을 하지 못하지만, 두세 시즌이 지나고 나면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손흥민 위주로 팀을 운영하기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손흥민을 위한, 손흥민에 의한 팀이 되어 간다.
몇 시즌을 돌리고 나면 또 재미가 반감이 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리그를 경험해보기도 한다. 잉글랜드엔 리그 경기뿐 아니라 FA컵, 리그컵, 팀 성적이 좋을 경우 유럽 대항전에도 진출하므로 경기 자체가 너무 많다. 리그만 따져도 총 38경기를 진행해야 해서 굉장히 오랜 시간 투자가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독일 분데스리가는 팀 숫자도 적고 리그 자체 컵 대회도 하나밖에 없어서 생각보다 한 시즌이 짧게 마무리되는 장점이 있었다. 이어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아A 등의 특색도 경험하면서 FM의 마력에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다. 물론 언제나 우리 팀엔 손흥민이 함께 했다.
문제는 너무 과몰입하는 데 있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내는 건 절대 불가. 정신없이 FM을 붙잡고 있다가 날이 새버린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차라리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은 정신없이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다보니 피곤해서 그만둘 때가 많았는데, FM은 편안히 앉아 클릭 몇 번으로 모든 게 해결되었기에 그리 지치지 않았다. 결국 이게 바로 중독인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다음 날 또 FM을 시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정도였으니…. 중독자들은 크나큰 정신적 타격이 있지 않은 한 그 중독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들처럼. 나는 분명 중독자였고, 멈추지 못했고, 어디에서도 타격을 받지 못했으나, 다행히 자연스레 FM과 거리를 두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졸업을 했다. 대학을 떠나면서 자연스레 화성시 장학관에서도 짐을 싸야 했고, 그 짐은 모두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넘어갔다.
그랬다. 나는 졸업과 동시에 ‘청년 백수’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