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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Aug 01. 2024

아픔의 역사는 어디에나 있다

어쨌거나, 맨유

아픔의 역사는 어디에나 있다 

-뮌헨 참사, 그리고 맷 버스비  


        

2월 6일. 그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매년 다시 돌아올 것이다. 1958년 그날은 클럽의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이다. 8명의 선수들과 3명의 클럽 스태프를 포함한 23명의 승객이 뮌헨 비행기 참사로 인해 죽거나 다쳤다.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와의 유러피언 컵 경기를 마치고 맨체스터로 돌아오는 선수들을 태운 비행기는 연료공급을 위해 독일 뮌헨 공항을 경유했고, 이륙을 시도하던 비행기는 그만 세 번째 이륙 시도에서 추락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뮌헨 참사. 맷 버스비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지금의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경기에서 유러피언 컵(지금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맨체스터로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뮌헨에서 급유를 마치고 출발하기 위해 당시 기장 제임스 타인은 두 번의 이륙 시도를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세 번째 이륙 시도에서 충분한 고도를 얻지 못한 비행기는 담장에 부딪힌 뒤 민가에 충돌한다. 폭발이 이어졌고, 일부 맨유 선수단과 코치진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뿐만이 아니다. 세계 역사에는 늘 참사가 이어졌고 마치 정해진 순서가 있다는 양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은 심지어 우리 주위에도 늘 도사리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각종 화재 사건 등 잔인하고 가혹한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여전히 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에 허덕이는 이들이 존재한다.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으나 우린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그건,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그 노력이 무어라 정확한 답을 내리기는 참 어려운 일이겠으나 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 하나는 ‘강해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억하는 것’이다.     


사건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여러 주요 선수들을 잃었다. 팀의 주전 골잡이였던 토미 테일러, 팀의 주장인 로저 바인, 당시 맨유 최고 유망주였던 던컨 에드워즈도 사망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며 맷 버스비 감독마저 심각한 부상으로 2개월간 의식을 잃은 채 병실에 누워있어야 했다. ‘나모도 바히 돌도 업슨 뫼헤 매게 쫓긴 가토리’와 같은 상황이었달까. 하지만 기적적으로 복귀한 버스비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팀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데니스 로, 조지 베스트, 바비 찰튼을 앞세워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섰고 몇 년 뒤 리그와 유러피언컵 우승까지 이뤄낸다. 

강해진다는 건 사실 대단히 특별한 게 아니다. 그 순간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헤아린 뒤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주저앉아 좌절하고 계속해서 무너지기만 하는 것은 우리 생을 위한 올바른 모습이 아닐 테니까.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매년 2월 초, 뮌헨 참사를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경기 시작 전 묵념을 통해 떠난 이들의 희생을 기리며 선수들은 각오를 다지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노력한다. 앞서 소개했지만 공식 웹사이트에도 아예 뮌헨 참사를 추모하는 콘텐츠 항목이 따로 있다. 떠난 이들을, 그리고 남은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이며 승리를 위한 영원한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정말 놀라운 사실은, 2월 6일이면 맨유뿐 아니라 맨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팀인 리버풀 FC 공식 SNS 계정에도 추모 메시지가 올라온다는 사실이다. 스포츠는 경쟁일 뿐 전쟁이 아님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사례이지 않을까? 팬들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온라인상에서 언쟁을 펼치기도 하지만 축구라는 울타리 안에선, 아니 인류라는 더 넓은 테두리 안에선 우린 모두 하나이다. 누구도 다르지 않고, 틀리지도 않았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난 매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이런 구절로 시작되는 기도를 드리곤 한다.    

  

‘세상 모든 이가 평화를 잃지 않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아픔의 역사는 어디에나 있지만, 모두가 같은 미래로 나아가진 않는다. 누군가는 허무하게 소멸하고, 누군가는 어둠에 밝음을 꾸역꾸역 채워 넣는다. 당신이 지금 아픔 속에 허덕이고 있다면 아픔을 공유해줄 소중한 이들의 손을 잡고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해 애써주었으면 한다. 최소 한 사람 이상은, 반드시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조금 기운을 내봐도 괜찮다.     


어쨌거나, 맨유와 우리의 역사에 더는 참사와 같은 불행한 낱말들은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응? 위로가 안 된다고? 여전히 힘들다고? 그렇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자. 이 시대 최고의 섹시가이, 최강창민의 Devil!     


운명이란 이름으로

뒤틀린 광야 속에서

빛을 향해서 걸어가

-최강창민, <Devil>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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