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창 Apr 01. 2020

우리는 왜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가?

유치원 때부터 해외에 살던 내가 바라보는 '한국'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올릴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 배웠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인구밀도로 (1km^2당 1만 6700명) 부족한 공간에 너무 많은 인구가 몰려 있었다. 흥미롭게도 대한민국의 인구밀도는 전 세계 13위로,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산다는 걸 감안했을 때(수도권은 전체 국토의 11% 내외), 상당히 많은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한국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걸까?




수도권 인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비서울권에는 인구밀도가 낮고, 인구밀도가 낮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국고를 지원받게 된다. 국고를 많이 지원받아야 대중교통, 도로, 보건소 등과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관련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실제로, 마지막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막차' 시간이 비수도권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이르고, 당장 지하철이 없는 곳도 매우 많다. 

이러한 사회기반시설의 부재는 생활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야기하고, 이러한 불편함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사회기반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는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비수도권 지방의 인구 유출로 귀결되고,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잡플래닛(www.jobplanet.co.kr)

인구가 서울에 집중적으로 포화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좋은 직장'의 부재도 큰 문제점이라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큰 기업들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직장별 연봉 차이가 크게 났다. 그러나, 2012년 09월 14일 국무총리실의 이전을 시작으로 정부기관들은 비수도권 지방으로 사옥을 이전하였고, 우리나라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역시 2016년 02월 22일 수원으로 본사를 옮겼다. 

민간기업의 수도권 이탈 현상은 어찌 보면 합리적이었다. 20여 년 전에는 대학 진학률도 낮고, 수재의 수가 워낙 적었기에, 갑(甲)인 수재들이 살고 싶어 하는 수도권에 본사를 두어 채용을 했다. 그러나 기업이 을(乙)인 새디는 끝났다. 이제는 좋은 기업이 갑(甲)이 되어 좋은 인재를 채용한다. 취업률은 나날이 올라가고, 적은 인력이 컴퓨터와 AI의 도움으로 이전보다 더 큰 노동력을 창출해낸다. 더불어, 수도권 과밀억제 지역 밖으로 기업을 이전하게 되면 지방세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세재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제 기업들에게 있어서, 서울의 압도적인 메리트는 크게 사라지게 된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서울에 '좋은 직장'이 많기는 하나, '좋은 직장'들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수도권 지역에도 분명 매력이 많은 기업들이 많고,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청년층들은 서울로 이동하고 싶어 할까?


사회기반시설의 부재는 큰 문제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것은 문제이며, 보건소가 없는 것 역시 큰 문제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불편하면 적금을 들고 자가용을 구매하면 되는 것이고, 보건소가 없으면 일반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으면 된다. 물론, 어느 정도 금전적인 손실은 감수해야 하지만, 나의 삶의 터전을 바꿀 정도로 큰 문제이냐고 되묻는다면, 항상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자는 문화시설의 부재가 청년층들의 비수도권 '대탈출'(Exodus)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영화관을 세운다거나, 콘서트장, 아트센터 등을 건축,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이 '예술활동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

비수도권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시내'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시내'라는 장소는, 영화관,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 여러 기타 유흥시설이 몰려 있는 곳을 뜻한다. 수도권 사람들이 말하는 '번화가' 혹은 '핫 플레이스'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서면'이나 '광안리'가 제도의 '시청'이나 '연동사거리'가 되겠다. 서울은 '홍대, ' '이태원, ' '강남, ' '신촌' 등이 있다. 비수도권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문화생활이나 유흥거리를 즐기기 위해 이런 장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일컨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을 가기 위해서 1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타야 하는 곳도 존재한다. 그에 반하여, 서울은 문화생활, 편의시설과 같은 사회기반시설이 압도적으로 잘 되어 있다. 이러한 시설의 차이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올려 주고, 이들을 서울에 거주하게 만드는 요소라 생각한다.


더불어, 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국내 유명 가수의 콘서트, 유명 티브이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서울에서 진행된다. 실제로,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서울로 상경한 팬들은, 숙박비와 교통비로 더 큰 금액을 소비해 금전적인 부담을 갖는다. 서울에 인구 밀도가 높은 이유도 있겠지만, 대형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노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정부청사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삼성 같은 대기업 역시 세제(稅制) 혜택을 받기 위해 수원시로 본사를 이전했다. KTX 역을 세종이나 인천에 신설하겠다는 이야기도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청년층에게는 이러한 가시적인 토론보다도, 실질적으로 '서울에서 밖에 하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UCLA 학생이 느끼는 한국의 햄버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