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조각 질문들
주변에 있는 핸드폰 업데이트도 종종 미루는데, 나는 나를 업데이트한 적이 있던가? 최근에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생각보다 책을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잠은 여전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 쉬는 동안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으며 내 뇌를 업데이트하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며 내 취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데, 정작 나는 나 자신을 방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몇 달 전, 아니면 몇 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갈 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지금 여기서 업데이트를 멈춰버리면 나는 과거를 현재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접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물론 과거의 데이터도 중요하다. 그러니 일기를 쓰는 습관처럼 내 삶의 기록을 백업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겠다. 결국 새로운 정보와 과거의 기록이 합쳐져 ‘나’를 만들어가는 법이니까.
작은 업데이트는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보는 일에서 시작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빌려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이왕이면 e-book보다는 도서관에서 직접 눈으로 다양하게 보고 골라 읽는 걸 추천한다. 책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마치 쇼핑처럼 즐겁기도 하니까. 또, 늘 먹던 음식에 작은 변화를 더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나 라떼 대신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를 한 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사소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삶에 색다른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조금 더 큰 업데이트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뭐든 익숙해지면 그걸로 만족하고 멈추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배우는 것에 대한 나의 태도도 업데이트되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고, 멈춰 있던 지식을 확장하는 일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진다.
물론 열심히 지식과 정보를 캐내다 보면 노트북이 업데이트 후 과부하가 걸리듯 내 머리도 지끈거릴 때가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충분한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시간을 통해 나를 리셋할 여유를 주는 일이다. 이 여유로운 시간은 단순히 멈춤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충전하고 재정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거나, 느긋하게 산책을 하며 머리를 식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순간들이 쌓일 때, 나는 비로소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 삶을 더 길고 건강하게 이어가는 지혜임을 느낀다.
‘나’라는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는 끝이 없다. 오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내가 어디로 나아갈지 고민하며 새로운 데이터를 채워 넣는다. 그렇게 나라는 존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당신은, 당신을 업데이트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