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로 딴생각하기 #1
이번 연도 킥오프 이벤트가 열려요!
재미있으면서도 정보 전달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직장인이라면 상사로부터 한 번쯤은 받았을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내 워크숍, 행사, 온라인 교육 등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들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사내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은 조직 문화를 가꿔나가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회사의 소속감과 업무에 대한 인게이지먼트를 높일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 나아가 회사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MZ 세대가 팀에 주축이 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사내 문화 형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느라 조직 문화 활동은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직 문화의 중요성에 공감을 한다면, 한번 UX 관점과 Design thinking을 활용하여 이를 디자인해보면 어떨까요? 이번 글을 통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UX 과정 [리서치 → 문제 정의 → 아이디어 발산 → 프로토타입 → 피드백]으로 사내 활동을 기획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하는 것처럼 직원 경험에 이 프로세스를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UX를 진행하면서 가장 근간이 되는 과정은 바로 '문제 정의'입니다. 기존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목표와 그 방향성이 올바르게 적립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콘텐츠, 이벤트 등도 결국 우리 조직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적립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오히려 문제점에 맞춰 어떤 활동을 기획할 것인지 정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야 목표를 설정하고 다음 스텝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UX의 관점으로 사내에서 눈으로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정량적 리서치 - HR Analytics, 교육 이수율, 이벤트 참석률, 업무 공간의 트래픽(온-오프라인 공간) 등
정성적 리서치 - 직원 인터뷰, 게시글, 매니저 인터뷰 등등
사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도 일종의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선보이는 서비스처럼 이 또한 정성적-정량적 리서치를 통해 문제점 분석하고 설계해야 하죠. 구매 전환율, 제품 상세 페이지 영역의 트래픽 등 프로덕트를 만들 때 진행하는 정량적 분석의 관점으로 사내 문화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인사 업계에서 각광받는 HR Analytics 관점으로 이를 분석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직원의 정보는 고객 정보와도 같습니다. 직원 정보를 소중히 다루고 프로젝트 관계자 이외에는 알 수 없도록 주의를 해야겠죠.
하지만 정량적인 접근도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량적 분석은 어디까지 결과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치가 나오게 된 이유와 심리적 배경을 알기 위해서 직원 인터뷰, 매니저 인터뷰를 통해 분석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제품 개발과 개선을 위해 소비자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사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도 주기적으로 문제 정의를 하고 문제점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정의가 이뤄졌다면 목표를 설정하고 아이디어를 발산할 차례입니다. 문제 정의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그 솔루션은 워크숍일 수 있고, 새로운 제도, 사내 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제품을 만들 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광고를 만들 때 전체적인 콘티를 만드는 것처럼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인사팀뿐만 아니라 디자인팀도 함께 기획에 참여할 수 있고, 다른 유관부서도 참여해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 사내 킥오프를 기획할 당시 리더 그룹, 인사팀, 디자인팀이 밀접하게 협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리더 그룹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인사팀은 운영 플랜을 짜고, 디자인팀은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고안해 나가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죠.
사내 행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입니다. 져니맵을 만들어 직원들이 경험하게 될 접점 포인트를 설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벤트 전' 접점 포인트 → Goal 설정
이메일 → 킥오프 행사 공지 : 웹페이지
채팅방 → 킥오프 행사 공지 : 웹페이지
사내 게시판 → 킥오프 행사 공지 : 포스터
'이벤트 중' 접점 포인트 → Goal 설정
행사장 입구 → 사인 보드
행사 지급 물품 → 브로슈어 or QR코드
발표 → 발표 자료
'이벤트 후' 접점 포인트 → Goal 설정
행사 후 모임 → 네트워킹 이벤트
행사 설문조사 → 온라인 폼
위의 과정은 직원들이 경험할 접점 포인트를 정리해본 것입니다. Goal은 물론 문제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 정의와 활동의 종료에 따라, Goal은 '명확한 정보 전달!'이 될 수 있고, '관심과 흥미 유도'로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기획한 행사에서 첫 접점 포인트의 Goal은 흥미 유도였는데, QR코드를 통해 행사 소개 웹페이지를 인터렉티브 하게 만든 솔루션을 만들었고, 90% 이상의 오픈율을 거두며 효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행사의 각 단계별로 목표를 정리하고 솔루션 아이디어를 만든다면 더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직원 경험을 만들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행사 후, 설문 조사는 다음 이벤트의 기준점이 됩니다. 앞서 언급한 첫 단계인 문제 정의에 이 설문 조사를 다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내에서 진행하는 서비스, 활동들은 앱 서비스처럼 쉽게 A/B테스를 진행하기도 어렵습니다. 누구에게는 A 이벤트를 제공하고, 누구에게 B 이벤트를 제공하고 테스트한다? 상상만 해도 많은 이슈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전에 진행한 활동에 대한 피드백은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여기서 서베이도 사용성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한 활동과 서비스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도록 질문을 만들어야 하며, 뭉둥그린 질문을 배제해야 합니다.
Don't
이번 행사에서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다음 행사 때는 어떤 것이 있으면 좋을까요?
이번 활동에서 어떤 도움을 얻었나요?
Do
이번 행사 연락은 잘 받으셨나요?
줌 링크 접속 방법을 이해하고, 잘 접속하셨나요?
발표 중의 콘텐츠를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었나요?
질문 예시처럼 되도록이면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은 삼가야 하며, 질문은 답하기 명확해야 합니다. 위의 Do 질문을 예를 들어,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을 경우 이메일과 채팅방에 공유된 공지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공유된 콘텐츠의 텍스트가 오해를 불러왔을 수도 있고, 업로드 상의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죠. 또한 발표 중에 콘텐츠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을 경우, 발표의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벤트를 하나의 서비스 관점에서 분석해본다면, 심리스(Seamless)한 직원 경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UX가 '하나의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용자 관점에서 무엇인가 만드는 방식' 자체를 UX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UX는 꼭 제품 혹은 앱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경험에 적용할 수도 있고, 조직 문화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는 매우 다층적이고 형이상학적이기에 조직 내부에서 공감을 이끌어내야 비로소 행동과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직원이 마주할 경험을 세밀하게 디자인하고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글을 통해 UX 관점으로 작게는 하나의 팀, 크게는 기업 전체가 추구하는 문화를 올바르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미지 출처
1. https://unsplash.com/@brookecagle
2. https://www.forbes.com/sites/melodywilding/2017/01/30/leverage-this-little-known-strategy-to-boost-your-professional-reputation/
3. https://blogs.forbes.com/gabrielshaoolian/files/2018/07/hero-image.jpg
4. https://i.pinimg.com/originals/c7/ab/ac/c7abac48fb666deba39ee8c3e3ed6a83.png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