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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Mar 01. 2024

불안, 새로운 시작

만 여덟 살 아이의 봄(2024.03-2024.05)



최근 감각통합 수업을 정리했다.



네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거의 5년, 중간에 스케줄 문제로 1년가량 중단한 것을 고려해도 4년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제와 수업 종결을 택한 이유는 수업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수업을 받은 긴 기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치료적 수업을 가장 많이 들었던 때는 네댓 살 무렵, 언어와 놀이와 감각통합, 짝수업까지 주 6회를 들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많이 들은 것은 아니다. ABA 프로그램의 경우 주당 10시간 이상을 권장하기도 하니까. 아이가 자라면서 하나씩 수업을 정리했고 언어그룹, 사회성그룹, 감각통합만 유지하다 지난해 언어그룹 수업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금 감각통합 수업마저 정리했다. 자꾸만 불안하다. 수업 하나 정리하는 게 뭐 대수라고, 이거 하나 때문에 불안에 떠는 나라는 사람은.  


감통 수업 종결과 맞물려 새 수업을 시작했다. PCIT 정확하게 부모와 아이와의 상호작용 치료 Parents-Child Interaction Therapy, 놀이를 통해 상호작용 기술을 익히는 수업이다. 겨울 방학 기간 동안 함께 여행 갔던 새언니가 추천한 수업이었다.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나와 아이의 갈등을 지켜보다 이렇게 얘기했다.


"가족이 아니라 상담사로서 의견을 얘기하자면 아이의 행동이 엄마와 불안정한 애착 관계 때문에 나오는 것처럼 보여요. 원래 예민하고 불안한 기질을 가졌지만, 그것 외에도 엄마와의 애착도 아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새언니의 조언을 참조해 여행이 끝나자마자  PCIT가 유명하다는 센터를 추천받았고 바로 상담을 신청했다. 회기당 12만 원. 감각 통합을 정리할 수밖에 없던 이유기도 했다. 부담이 되면서도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치료적 수업의 경우 만 6 세 이전을 황금 시기로 잡는다. PCIT 소개를 봐도 학년기 전 아이들이 주요 대상이다. PCIT 선생님도 더 크면 이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점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3학년이 된 아이를 데리고 매주 PCIT센터를 향한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과 함께.


남편은 잔소리가 많다. 한 번 말해서 아이가 듣지 않으면 아이가 말을 들을 때까지 집요하게 몰아붙인다. 아이도 지지 않는다. 결국 큰 소리가 난다. 아이가 울어버리거나 남편 목소리가 거세지거나. 이런 일은 주말마다 반복된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잔소리할 때를 제외하면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는 아빠라는 것. 


반대로 나는 아이와 제대로 놀아 준 적 없는 재미없는 엄마다. 두세 살 때는 아이와 마주 보며 놀긴 했다. 너는 뽀로로, 나는 에디. 놀이를 주고받기보다는 언어를 가르치는 데 가까웠다. 언어가 어느 정도 트인 이후로는 이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는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놀이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었고, 언제나 경쟁하듯 자신이 우위에 서야 했으며, 내가 하는 제안이나 조언도 단칼에 거절했다. 아예 듣지 않았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나는 아이와 노는 대신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갈등 만으로도 충분했다. 기어이 아이를 지적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말을 아꼈다. 최대한 감내했다. 그러다 못 참으면, 불같이 폭발했다.


PCIT가 우리 부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 전문가를 통해 양육 태도를 점검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배우고 싶다. 나와 아이의 불안정한 애착관계도 한번 살펴보고 싶다. 이 목표가 너무 거창하다면, 아이와 노는 법을 배우고 싶다. 새로운 시작, 불안은 잠시 넣어두자.



그래도 배울 것이 있어서 다행이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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