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앨릭스 코브
한동안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뇌에는 여러 감정을 담당하는 회로가 있는데, 이 회로는 사람마다 동일하게 존재하지만, 각 회로가 조율되는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비슷한 강도의 힘든 일을 겪은 뒤 우울감에 허우적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곧바로 우울감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는 각 신경회로의 작동이 사람마다 다른 경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신경회로의 경향성이 존재하지만, 이 또한 특정한 작업을 통해 신경회로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신경도 따라서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작가는 생활의 변화로 뇌의 전기 활동과 화학적 구성, 심지어 새 뉴런을 만드는 능력까지 달라진다고 말한다.
뇌의 두 부위, 구체적으로 전전두피질과 변연계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단순하게 말해 전전두피질은 생각하는 뇌 부위이고 변연계는 느끼는 부위이다. 우울증은 이 영역들이 작동하는 방식,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생각하는 전전두피질은 느끼는 변연계를 조절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데, 전전두피질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 부위들이 작동하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 바로 그 변화의 방법이다. P14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수면 시의 뇌의 전기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다시 불안을 줄이고 기분을 향상시켜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 낸다. 이와 유사하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 세로토닌이 생성되어 이것이 다시 기분을 좋게 하고 나쁜 습관을 떨치게 도와주어 고마워할 일이 더 많이 생긴다. 어떤 작은 변화라도 뇌가 상승나선의 시동을 거는 데 필요한 바로 그 힘이 될 수 있다. P16
책에는 우울증에 관여하는 여러 화학물질이 등장한다. 의지력과 활동 의욕, 기분을 향상시키는 세로토닌, 사고와 집중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높이는 노르에피네프린, 쾌감을 느끼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필요한 도파민. 그 외 신뢰감을 증진시키고 불안을 완화하는 옥시토신, 긴장을 풀어주는 가바, 수면의 질을 높이는 멜라토닌, 고양된 감정을 안겨주는 엔도르핀 등이 있다. 이중 일부는 ADHD 아동이 복용하는 약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약물은 주로 메틸페이데이트라는 성분으로, 이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막아 일정 수준의 농도를 유지함으로써 ADHD 아동의 주의력과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 같은 화학물질을 직접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주입할 수도 있지만, 생활 속 몇 가지 활동만으로도 화학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뇌가 상승나선을 만드는 방법이다. 매일 운동을 하고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하는 데 집중하고, 낮에는 햇빛을 쬐고 밤에는 잠을 자며, 좋은 습관을 만들려 노력하고, 필요시 심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감사할 거리를 찾는 마음과 태도.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생활을 바꾸면 뇌도 바뀐다. 우리는 행동과 뇌 화학을 바꿀 수 있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 영역과 회로의 배선을 바꿀 수 있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듯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는 그리 대단한 변화가 아닐지 모르지만 각각의 변화가 함께 뇌를 상승나선 쪽으로 밀어 올리며 효과를 키워간다. P123
책의 키워드가 ‘우울’이기 때문에 작가는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집중하지만,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해서 가령 충동성이나 주의력, 혹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경향성을 가진 신경회로도 생활 속 활동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이를 키우며,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노력해야 하는가, 고민하곤 했다. 화가 날 때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이 있다는 사실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했다. 아이는 그조차 듣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어떤 식으로는 최소한의 사회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말을 던졌다. 내가 하는 요구가 발 없는 사람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이 말도 맞다. 상호작용이 어려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강요하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데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발 없는 아이에게 뛰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발 없는 아이에게 목발을 쥐고 걷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목발로 부족하다면 휠체어에 익숙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중이라고.
결국 요점은 진부하지만 과학적으로 타당한 경구로 정리할 수 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뇌가 재배선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P122
자폐 스펙트럼,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신경회로를 가진 사람. 나는 이들이 전혀 다른 신경회로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개의 신경회로가 작용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여긴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뇌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다행인 점은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존재하듯, 자폐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성은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이다.
아이의 뇌는 지금도 활발한 변화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