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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혜 Jun 09. 2024

다이마루 백화점이 소환해 낸 고향의 기억

캐나다 주민의 일본 여행기 1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에 오래 살았던 나는 모처럼만의 아시아 여행에서 줄곧 '틀린 그림 찾기'를 하고 다녔다. 캐나다와 다른 것은 무엇인지, 한국과는 또 어떻게 같거나 다른지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러다 도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잠시 들어간 다이마루의 지하층에서 느닷없이 고향 서울의 냄새를 맡았다. 지하층의 화장품 코너였다. 캐나다의 큰 백화점이라면 아모레퍼시픽이며 슈에무라가 있고, 일본에서도 랑콤이나 바비브라운이 있는데 어째서 일본의 화장품 매장에서는 한국의 냄새가 날까? 거기에 한 층을 더 내려가보니 익숙한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까지 있었다. 기껏해야 4-5층, 보통의 쇼핑몰이라면 2층인 캐나다 백화점과 달리 층층이 오밀조밀하게 마련된 한국의 백화점을 좋아했던 나는 그 익숙한 레이아웃이며 냄새가 반가웠다. 외국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고향의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번엔 묘하게도 그것이 백화점 다이마루였다.


고향을 느끼게 해 준 냄새는 화장품 코너만은 아니었는데 우습게도 길을 가다 보니 하수구 냄새가 났다. 길이 더럽기로 말하면 쥐가 들끓는 맨해튼이 훨씬 심한데 냄새는 서울의 하수구에서 더 난다. 하수시설을 빗물처리에도 사용하는 구조라 그렇다고 한다. 아주 고약한 냄새라기보다 어쩌다 잘못 들이마시면 잠시 기분이 언짢아지는  수준이어서 정작 한국에 살 때는 잘 못 느꼈던 그 냄새를 일본 거리에서 맡았다. 참 묘한 느낌이었다.  


사람의 오감 중에 가장 정확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아마 냄새가 아닐까 싶다. 나는 1990년 여름에 처음 미국 땅을 밟았던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카펫에서 올라오던 냄새를 누군가 맡게 해 준다면 단번에 알아챌 것 같다. 른 어느 곳에서도 맡은 적이 없는, 어린 시절 아버지 서재의 창가에서 던 나무판자의 냄새도 기억에 선명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고사하고 이틀 전에 지나온 기온 거리의 풍경은 사진을 봐야 기억해 낼 듯하다.

 

일본 여행을 시작한 지 두 주가 지난 지금, 거쳐온 여러 신사와 오래된 절들의 모습이, 붉은 기둥과 검은 기와지붕의 거북 등 같은 라인이 섞여 들어가면서 기억 속에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고, 그런 내 모습을 사슴 한 마리가 물끄러미 올라다 보더니 돌아서 갔다. 가 이곳을 기억할만한 향기를 찾으면 여행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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