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지혜 Jul 16. 2024

일본의 작은 정원이야기

캐나다 주민의 일본여행기 3

   일본의 가정집은 대체로 도로변에 인접해 있다. 지나가면서도 누군가 환기라도 시키려고 창문을 열면 눈이 마주칠 것 같이 가깝다. 따라서 앞마당이라는 게 거의 손바닥만 한 땅에 기분이나 낼까 하고 심은듯한 정원이 눈에 띄는데 그 아이디어와 정성에 감탄하느라 길을 멈추게 될 때가 있다. 도쿄의 한 건물 앞의 이 작은 정원이 그랬다. 미니도 아니고 마이크로 가든이라고나 할까. 가로세로 일 제곱미터도 안될 공간에 심어놓은 이 식물들은 모두 햇볕을 많이 안 받아도 특별한 관리 없이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들이다. 아직 옥잠화나 털머위가 꽃을 피우기 전인데도 이파리(foliage)만으로 모양이나 색깔을 달리해서 올망졸망 야무지게도 심었다.

    이 골목의 나무덤불은 화려하진 않아도 단정하고 조화롭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수국이 들어간다. 일본의 꽃이라면 벚꽃부터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수국도 일본에서 사랑받는 꽃이다. 수국(水菊)은 물 수자가 들어가는 걸로도 알 수 있듯이 물을 많이 먹는 식물로, 영어로도 물의 뜻을 가진 Hydrangea라고 부른다. 충분히 물을 주지 않으면 꽃이 금방 말라버려서 키우기가 쉽지 않다. 한창 개화하는 시기에 장마가 오고 습기가 높은 일본에서는 적당한 것인지 가정에서도 거리에서도, 심지어 수백 그루가 가득한 사찰까지 참 많은 수국을 보았다. 캐나다의 수국이 대부분 흰색이나 핑크가 많은 데 비해 일본의 수국은 푸른색이나 보라가 더 많았다. 아마 땅이 산성일 것이다. 이 건물은 야트막한 담장에 늘어지는 틸란드시아를 살짝 올려서, 한껏 멋을 낸 반대쪽과의 균형을 맞췄다. 

    돌과 나무는 가드닝을 한 차원 더 높이는 요소다. 돌 하나라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그 정원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돌이라는 건 길에서도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것으로 만들려면 하여간 사야 하니까. 

    도쿄의 어느 사찰에서 한국어로 된 안내문에 '대나무로 된 결계에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글귀를 읽었다. 야트막한 대나무를 놓아두고 그걸 '결계'라고 불렀다. 결계라니, 마법으로나 봉인돼서 인간의 힘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니었나? 하여간 문명인인 우리는 그 대나무를 넘지 않는다. 교토에서 본 식당의 입구에서 본 대나무 경계도 그랬다. 조그마한 석등과 낮은 대나무 울타리만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거기엔 덥수룩한 털머위 한 포기면 충분했다.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 콕 박힌 전통가옥은 그렇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일본의 주택에서 앞마당이란 바깥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한정된 공간일 뿐이고 실제로 정원이라고 불릴만한 부분은 뒤쪽이나 중간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작은 공간의 미학이 유명한 사찰이나 고택에서 관리하는 일본의 정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예쁜 앞마당을 찾아보는 일이 이번 일본여행의 작은 즐거움을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40일 동안 7개 항공사를 이용한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