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둘째 아이는 고기능 자폐이고, 지능이 좋은 편이다. 일반반에서 정상아이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테라피 받는 시간을 줄이고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그런데 테라피 시간을 줄이게 되자, 아이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공급자 입장에서 파트타임 고객은 받아도 돈이 안된다고 했다. 막상 테라피를 그만두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이제 막 특수교육공부를 시작했기에 내가 아이를 돕기에는 너무 아는 것이 없었다. 이제 막 7살이 된 아이는 아직도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그 많은 테라피센터에서는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막막함을 앞에 두고, 남편과 많은 대화를 했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갑작스럽고 놀랍게, 우리는 테라피 센터를 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오지만 어쩌다보니 사장이 되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사업 경험이 없고, 영어도 지인짜 못하는 사람이 비지니스 오픈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해보고 나니, 하고자 들면 안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미뤄뒀던 재외국민신청을 하고, 국민연금을 탈탈 털었다. 집 값 갚으려고 모아둔 저축을 합쳐 자금을 마련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무실 자리를 보러 다니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냈다. 크거나 작거나를 떠나서,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동의하실 거라 믿는다. 정말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다행히 우리는 형편이 좋았다.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이었지만 모기지 말고는 빚이 없었고, 남편이 우리 식구 먹고 살 돈은 충분히 벌고 있었다. 오픈하는 시점에 운명처럼 미친 행운이 찾아와서 센터운영에 꼭 필요한 자격을 가지신 한국인! 전문가! 대단하신! 존경하는 박사님!을 모시게 되었다. 비록 1년이 안되어 이사를 가셨지만 후임도 뽑아주셨고 무지랭이였던 나를 엄청 가르쳐 주셨다. 아이는 파트타임으로 테라피를 1년동안 더 받을 수 있었다. 시작이 그렇다 보니, 우리는 파트타임이건 풀타임이건 가리지 않고 고객을 받는다. 센터를 오픈한 지 꽉 채운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겨우 운영할 정도의 돈만 벌고 있다. 센터가 좀 더 커져야 파트타임도 더 받을 수 있을텐데, 여전히 우리는 영세하고 고생스럽다. 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불만족스럽고 답답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다. 짧은 시간 안에 부와 명성을 거머쥔 성공스토리를 소개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남편과 나의 결정과 도전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도 사업도 전부 잘하면 멋있고 좋겠지만 다들 알고 있잖아, 그게 다가 아닌걸.
그러니까 다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오해하며 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