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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Apr 29. 2020

꼬마라고 놀리지 말아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편

  흔히 축덕들은 자신이 애정하는 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한국인 선수가 뛰었던 팀들의 중계를 보면서 응원하다가 어느새 그 팀의 팬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저 순수하게 그 팀을 응원하거나, 그 팀의 특정 선수가 좋아서 응원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우는 조금 애매한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letico Madrid)라는 팀을 좋아한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하는 팀으로, 지역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와 함께 라리가의 3강을 구축하는 강팀이다.


  스페인은 의외로 민족에 따른 구분이 있는 팀들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항상 스페인에서 독립 투쟁을 하는 카탈루냐 지역팀인 바르셀로나가 있겠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수 바스크인들만으로 구성되었던 아슬레틱 빌바오와 같은 팀도 있다. 마드리드는 카스티야인(레알 마드리드 B팀 이름도 카스티야다.)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스크인들을 위해 마드리드에 만든 클럽이었다가 후에 마드리드의 팀으로 점차 변화되어 지금은 그냥 마드리드 연고의 팀으로 정착했다.


  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팀을 처음 알게 된 건 사실 게임 때문이다. 군 복무를 하던 시절인데 주말에 항상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위닝 일레븐이라는 축구 게임을 하곤 했다. 다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등의 강팀을 할 때, 나는 왠지 그런 강팀은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고르던 팀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당시 들으면 딱 알만한 선수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아틀레티코의 소년 가장이자 ‘엘 니뇨(El Niño)’라고 불렸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당시만 해도 아틀레티코는 2부 리그에서 올라온 지 몇 년 되지 않아 그냥 그런 클럽이었다. 그나마 있던 토레스마저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망하려나 했는데 비야레알에서 온 포를란과 유스 출신 아게로가 동시에 터지면서 중상위권 팀으로 도약했다. 그러자 승리의 주역들이 강팀으로 팔려나가면서 본의 아니게 공격수 사관학교, 골키퍼 사관학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던 2011년, 팀에서 노후(?)를 보내고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은퇴했던 디에고 시메오네가 감독으로 복귀하면서 유로파리그 2회 우승, 라리가 우승 1회, 준우승 2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회 등으로 명실공히 라리가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유스팀 육성 시설인 라 마시아를 중심으로 한 전술과 점유율의 팀, 레알 마드리드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명 선수들을 영입하여 전력을 키우는 팀이라면, 아틀레티코는 두 줄 수비와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패턴으로 지금의 강력함을 만들어낸 팀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주로 레알 마드리드와 구분하기 위해 ‘레티’로 불리는데 스페인어 중계를 듣다 보면 아뜰레띠 꼬마드리~드 라고 하다 보니 요즘에는 꼬마로 많이 불리고 있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마시라. 듣는 아틀레티코 팬들은 화가 날 수 있다. 또 하나의 별명은 승점 자판기 또는 승점 인출기인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영어 이름을 줄인 약자가 ATM이라서 불리게 된 별명이다. 과거에는 중상위권 팀이었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만나면 매번 승점을 헌납했기에 그럴만한 별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2019~2020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아틀레티코는 리버풀과 상대했다. 필자의 응원팀은 아틀레티코. 필자의 짝꿍의 응원팀은 리버풀이었다. 자, 피 튀기는 치열한 응원전을 예상했는가? 아니다. 짝꿍은 이른 새벽이라 조신하게 주무셨고, 나는 16강 2차전에서 희대의 명승부를 관람하고 일어난 짝꿍을 하루 종일 놀렸다.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 따라 희노애락을 즐길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축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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