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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May 02. 2020

축구 게임 최강자를 가려라.

FIFA & 위닝일레븐 편

  지금은 어느 정도 일상적인 현상이지만 초창기만 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발매된 EA사에서 출시한 축구 게임은 FIFA 2002 때문이었다. 세계 선수들의 데이터를 어느 정도 잘 정리한 축구 게임이었고, 거기에 월드컵을 앞두고 FIFA 2002 월드컵이라는 별도의 게임을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게임으로 월드컵 우승팀이 어느 나라가 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 예측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고, 필자를 비롯한 친구들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보며 월드컵의 승패를 예측했었다. 물론 대부분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처참한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시뮬레이션을 딛고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룩했으니 게임은 게임일 뿐이었다.


  지금도 매년 발매되고 있는 FIFA 시리즈를 맨 처음 접한 건 아마 FIFA 96이었던 것 같다. 1997년, 당시 필자가 중학생이던 시절 처음 집에 들여놓은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던 게임 중 하나였다. (지금은 안되지만 당시만 해도 조립식 컴퓨터를 사면 기본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각종 유틸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을 여러 개 설치해 주는 건 기본이었다.) FIFA 시리즈는 게임 덕후가 되면서 동시에 축구 덕후로 만들어주는 아주 유용한 게임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게임이 인상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2인용으로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경우였다. 2인용 게임을 하면 키보드 하나를 두 명이 나눠서 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FIFA 시리즈는 한 명은 키보드로, 다른 한 명은 마우스로 게임을 진행했다. 마우스로 축구 게임을 하는 진풍경이 당시만 해도 흔하게 있었다. 당연히 마우스로 하는 게 키보드보다 훨씬 어려웠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게임패드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게임을 하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벌어졌던 재밌는 현상이었다.


  이렇게 PC에서 FIFA 시리즈가 최강자로 군림했다면 콘솔 게임계, 즉, TV에 연결해서 즐기는 비디오 게임으로는 위닝 일레븐이라는 축구 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건 아마 비디오 게임 가게였던 것 같은데 상당히 오래전이었다. 물론 당시엔 그 게임이 위닝인 줄 모르고 즐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게임이 위닝이었다.


  위닝 일레븐은 소니에서 개발한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2의 보급과 함께 인기가 폭발했다. 마침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보급과 함께 PC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동시에 생겨난 것 중 하나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방, 줄여서 플스방이었다. 그리고 플스방의 메인타이틀이 바로 이 위닝이었다. 위닝은 2명에서 4명까지 다 같이 즐기기 좋은 게임이라서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보통 두 명씩 편을 먹고 게임을 하는데 지루해지면 편을 바꾸거나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컴퓨터(AI)와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이십 대 후반까지도 친구들과 한 번씩 모여서 플스방을 찾곤 했다. 2, 3시간씩 하는 건 기본이었고, 아예 날을 잡고 밤 10시쯤 만나 다음 날 새벽 첫차가 다닐 시간까지 게임을 하는 건 예사였다. 2, 3시간 게임을 하다가 컵라면 먹으면서 잠시 수다를 떨고, 다른 게임을 좀 하다가 다시 위닝을 하다 보면 금방 새벽 5시가 되곤 했다. 다행히 필자와 뜻이 맞는 친구들인 K군. J군 등은 사회생활 초창기까지도 가끔 플스방에서 밤새 게임을 했다.


  지금은 일반 가정집에서도 플스나 고사양 PC가 많이 보급이 되면서 플스방이 많이 사라졌다. 대학가나 번화가에 가야 가끔 볼 수 있다. 필자도 집에서 플스로 게임을 하는데, 여전히 매년 FIFA 아니면 위닝을 구매해서 플레이하곤 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연결해서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려면 별도의 이용권 구매가 필요해 주로 혼자 하는 편인데,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던 시절의 위닝이 그립기도 하다.


  매년 FIFA와 위닝 시리즈가 발매되다 보니 FIFA를 주로 즐기는 사람들과 위닝을 주로 즐기는 사람들이 패가 갈려 어느 게임이 더 나은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일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래픽이나 조작감, 라이선스, 사실성 등으로 평가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재밌게 하면 그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팀으로 리그 우승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하고. 대한민국으로 월드컵 우승하면서 기뻐하는 것.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게임의 의미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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