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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May 24. 2020

90년대에 오픈월드 게임을 해봤다?

의천도룡기 외전 편

  오픈월드(Open World)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메인 스토리 라인이 있지만 하고 싶은 걸 여러 가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방식의 게임이다. 오픈월드 게임은 다른 말로 샌드박스(Sand Box) 게임이라고도 하는데, 모래사장에서 모래로 성을 쌓을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단어이기도 하다. 이런 오픈월드 게임으로 유명한 것은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나 엘더스크롤 시리즈가 있다. 최신 그래픽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런 오픈월드를 90년대에 구현한 게임이 있었다.

 

  지관이라는 대만의 게임 회사에서 제작한 김용군협전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소프트월드에서 제작한 '의천도룡기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발매가 되었는데, 아마 당시에 의천도룡기라는 제목이 더 알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연걸 주연의 영화 <의천도룡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게임의 주인공은 이소룡이라는 게이머인데, 게임을 하다가 게임 속으로 들어왔다는, 지금은 흔한 웹소설 소재를 차용했다. 이소룡이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십사천서를 찾아야 하는데, 이 십사천서가 바로 김용 선생의 14개의 소설이다. 


  이소룡이 깨어난 집에서 남쪽(7시 방향)으로 내려가면 '남현'의 집이 나온다. 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지도상의 모든 건물에 갈 수 있다. 말 그대로 오픈월드다. 아무런 힌트도 없고, 알아서 해야 한다. 김용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이 시점에서 게임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 <영웅문> 정도는 읽었을 가능성이 컸고, 당시엔 공략집이 음지로 양지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게임 클리어는 어렵지 않았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동료를 얻을 수 있다. 각 소설의 주인공인 호비, 단예, 허죽, 양과, 장무기, 적운, 석파천, 원승지, 영호충뿐만 아니라 여주인공인 소용녀, 정령소, 왕어언 등도 동료로 삼을 수 있다. 주인공이 악행과 도둑질을 일삼아 도덕 수치가 내려가 사파 루트로 진행할 경우에는 전백광, 아자, 유탄지, 구양극, 모용복, 악노삼 등의 악인들도 동료로 삼을 수 있다. 때론 어렵게, 때론 재밌게 십사천서를 수집하면 되는데, '소오강호'가 가장 얻기 어렵다. 그 이유는 바로 동방불패 때문인데, 게임에서 등장하는 적 중에서 거의 끝판왕에 가까운 강력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십사천서를 다 얻고 나면 집에 초대장이 와 있다. 바로 천하제일을 가리는 화산논검 초대장. 화산논검에 참여하면 게임상의 모든 NPC들이 차례대로 이소룡과 일대 일로 겨루는데 동방불패가 없어서 상대하기가 쉽다. 상대방은 랜덤으로 등장하는데, 주백통, 곽정 등 좌우호박 기술을 가진 상대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화산논검에서 천하제일이 된 후 벽력당 지하에 가서 십사천서를 모두 제자리에 놓으면 마지막 결투가 벌어진다. 도덕 수치가 높을 경우 사파 고수 열 명, 도덕 수치가 낮을 경우 정파 고수 열 명이 등장하는데, 사파 고수 열 명을 상대하는 게 비교적 수월하다. (주백통과 곽정의 좌우호박지술은 무섭다.) 


  마지막 전투까지 클리어하고 나면 이소룡은 무사히 현실로 되돌아가고 낙양성 거리에 이소룡의 동상이 세워진다는 훈훈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필자가 모바일 게임 또는 최신 게임으로 리메이크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이 의천도룡기 외전이며, 다른 이들도 이 게임을 명작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90년대에 시도하기 쉽지 않았던 자유도 높은 게임. 오랜만에 이 게임을 다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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