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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Dec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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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편(2)


  발리 공항에서부터 '이 곳은 인천 공항과 다릅니다.'를 연신 풍기는 이국적인 조형물들이 나를 반겼다. 그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입국 심사. 다른 건 와이프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지만 입국 심사는 각자 받아야 한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여권을 들고 입국 심사를 하는 남자분 앞으로 갔다. 그러자 그는 뭐라고 뭐라고 했다. 대충 와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아 "허니문."이라 말하며 빙긋 웃었다. 나의 미소에서 그는 '아, 이 녀석은 영어를 못 하는구나.'라는 스멜을 느꼈는지 별 이야기 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만세!


  공항에서 나오니 여러 한국말로 써진 팻말이 보인다. 그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항공사가 적힌 글씨를 찾아 우리와 4박 6일을 함께 할 가이드 분과 만났다. 다행히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는 여성 분이셨다. 운전기사분은 가이드보다는 조금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역시나 이 분은 한국어를 못 한다. 차를 타고 공항을 나서서 저녁 식사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발리에 왔으니 나시고랭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시내에서 꽤 먼 곳이라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는 길에 발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다음 날 어떤 일정을 진행할지를 결정했다. 


  호텔도 결혼식 날 처음 가 봤는데, 풀빌라는 아예 다른 세상이었다. 심지어 한국도 아닌 발리의 풀빌라이니 오죽할까. 침실과 욕실에서 바로 수영장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고, 깊이도 수영을 1도 할 줄 모르는 내가 들어가도 위험하지 않을 깊이였기 때문에 꽤 쾌적했다. (다만 여행 내내 날씨가 흐리멍덩하니 무덥지 않아서 수영장에서 오래 놀기는 조금 추웠다.)


  풀빌라의 신기함을 만끽한 채 잠든 우리는 다음 날 바닷가 구경을 갔다. 제주도나 동해 바닷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비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졌다. 드림 비치였는데, 중국인들이 제법 많았다.


  6월 말이었는데 의외로 이 시기에 서핑을 하러 온 세계 각지의 서퍼들이 많이 있었다. 바람도 적당하고 파도도 꽤 세서 그런 듯 싶었다. 한참 바닷가 산책을 하고 나서 코코넛 주스와 당근 주스를 하나씩 마셨는데, 코코넛 주스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전혀 달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시내 쪽으로 나갔다. 나가는 길에 보다 위로 엄청나게 기다란 고속도로를 만날 수 있었는데, 한국에도 이런 긴 다리는 없었다. 신기한 건 오토바이 전용 고속도로가 그 옆으로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오토바이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이래서 해외여행을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어서 말이다.


  1일 1 마사지를 지키기 위해 마사지를 받은 후 오전과 마찬가지로 어느 리조트 같은 곳의 전용 비치에 들어가 일몰을 감상하며 Stark라는 맥주를 한 병 마셨다. (아니, 아이언맨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처음 마셔보는 맥주였는데 석양과 어우러져 꽤나 맛있었다. 저녁은 시내의 한 식당에서 먹었는데 양식이었다! 그리운 양식! 발리에 와서 처음으로 와이프 도움 없이 내가 먹고 싶은 스테이크 주문을 성공했다. 그래 봐야 내가 한 말은 "디스 원!"이 다였지만 말이다. 역시 실전은 문법이고 뭐고 필요 없는 것 같았다. 그냥 뜻만 통하면 될 걸.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와이프와 나 모두 곯아떨어졌다. 발리도 퇴근 시간이 있는지 저녁에는 차가 밀리더라. 그래서 숙소까지 거의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밤이 되면 발리도 일부 시내를 제외하면 꽤 어두컴컴한 시골 느낌이라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패키지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숙소에 도착하니 그새 하루 잤다고 내 집처럼 편안했다. 어디든 내가 잘 곳이 제일 편한 법이다.


  그렇게 생애 첫 해외여행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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