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태석 Feb 12. 2021

허니문(Honeymoon)

인도네시아 발리 편(3)

  신혼여행. 허니문은 어떻게 생겨난 단어일까? 고대 노르웨이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납치하여 일정 기간동안 숨겨두었다고 한다. (요새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노르웨이에서 잉글랜드로 건너간 바이킹을 주인공으로 한다. 벌꿀주를 좋아한다.) 신부의 아버지가 딸을 찾다가 포기할 때까지 숨어서 기다린 후에 비로소 부부가 되어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신랑과 신부에게 매일 꿀로 만든 술을 한 잔씩 주는데, 이 30일 동안의 기간을 허니문(Honeymoon)이라고 부른 데서 오늘날의 신혼여행, 허니문이라는 단어가 생겼다고 네이버가 가르쳐주었다. 실제로, 나도 발리 입국 당시 잘 모르면 '허니문', '땡큐'를 연발하기도 했다.


  첫 날 하루 종일 발리 투어를 하고 다음 날, 하루 중에서 가장 행복한 풀빌라 조식 식사를 마치고 오전엔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준비해간 유니콘 튜브를 풀에 띄워놓고 수영복을 입고 물에서 놀았다. 수영장에 앉아서 책도 읽고(역시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 부부...)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가이드 분과 기사님이 와서 우리를 픽업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무려 한식! 물론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김치찌개를 먹으며 이틀 만에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난 이후에 우리는 허니문 스냅샷 촬영을 하러 어제와는 다른 호텔 해변가로 향했다. 여긴 인적이 드물었다. 


  원래 '스드메'라고 하지 않나. 그중에 '스'는 스튜디오 촬영을 뜻한다. 결혼 몇 달 전에 촬영해서 결혼식 당일 예식장에 올려놓을 사진을 찍는 것이다. (개 중에 몇 장은 앨범으로 만들어지고, 또 몇 장은 액자로 집에 걸리게 된다.) 다만 진한 화장과 어색한 머리, 꽉 끼는 옷을 입고 하루 종일 긴장하며 찍기 때문에 오후로 갈수록 표정에 웃음이 사라지고 지쳐서 언제 끝나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 부부는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촬영했다...) 그럼에도 사진이 생각보다 마음에 안 들어 신혼여행지에서 허니문 촬영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해변에 도착하니 사진을 찍어주실 분들이 와 계셨다. 물론 현지 분들이다.


  한국에서 사진을 찍을 땐 한국어로 소통을 하지만 여기선 영어로 해야 한다. 'This one.' 밖에 모르는 내가 알아들을 리 없다. 와이프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어차피 사진은 와이프의 의견을 100% 반영하게 된다.) 촬영을 시작했다. 여기선 샘플 사진을 보여주고 우리가 그 중에 마음에 드는 포즈를 선정하면 알맞은 배경에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준다. 

 


  마침 이 날 해변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머리가 많이... 좀 이상하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촬영을 했는데 한국에서 촬영할 때보다 긴장감이 없어서 그런지 더 재밌고 자연스러운 촬영이 된 것 같다. 이런 저런 원하는 포즈는 다 가능하고, 몇 장은 보정해서 CD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받을 수 있으니 신혼여행 패키지에 허니문 스냅 촬영이 있는 경우 한 번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약간 80년대 신혼부부 느낌이 나기도 한데 이게 또 레트로한 맛이 있어서 우린 만족스러웠다.


  촬영 후 2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고 (1일 1마사지 실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해변가에 식탁이 엄청 많고 여기서 해산물 BBQ를 먹을 수 있었다. 나름 운치도 있고 야경도 볼 수 있고 바닷가에서 먹는 저녁은 특별했다. (물론 부부 둘 다 해산물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만 알차게 먹었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발리에 와서, 패키지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싶은 것만, 발리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고 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이렇게 생각했다. 신혼여행이니까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먹고 가자. 허니문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