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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Dec 23. 2020

해외여행은 처음이라서

인도네시아 발리 편 (1)

  혼자서 휴가 때 여행을 다니던 나는 고창, 담양을 다녀온 이듬해,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것도 사내 연애로. 그리고 그 다음 해 6월 말, 쏟아지는 축하 속에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을 위한 준비 중에는 당연히 신혼 여행에 대한 준비도 필요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1일 1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지를 정했다. 처음 나가는 해외여행이라 유럽은 조금 힘들 수 있다는 와이프의 배려 덕분이었다.


  여행사에 허니문 패키지로 예약을 했다. (와이프가 찾아본 상품을 내가 직접 예약했다.) 패키지지만 2인 이상이면 무조건 출발이고, 가이드와 기사가 같이 다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게 와이프가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신혼여행이 결정되고 나서, 나는 구청에 갔다. 해외에 나간 적이 없으니 당연히 여권도 없었다. 사진관에서 여권용이라고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해 빠꾸당하지 않을 사진을 제출하고 며칠 후 여권이 나왔다. 여권을 보자니 촌스러운 녹색이라, 나는 한국의 미를 살린 멋있는 여권 케이스 2개를 구매해 와이프와 하나씩 나눠 가졌다.


  결혼식이 끝나고, 집에 들러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양손 가득 캐리어를 끌고 처음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평생을 김포공항 옆에서 살았는데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으리으리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항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사실, 호텔에서 자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신기방기한 호텔에서의 밤이 지나고,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이니까 가볍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침을 먹고 출국 수속을 마쳤다. 공항 직원들이 다들 한국 사람이라서 별 일 없이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난생 처음 면세점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와이프 생일 선물을 사주겠다며 코엑스 면세점에 갔다가 비행기 티켓이 없어서 되돌아와야 했던 이불킥 한 달 짜리 일이 생각났다. 와이프가 미리 인터넷으로 쇼핑할 물건을 주문해놨는지 가서 받아오기만 해도 되더라. 신기한 일 투성이었다.


   비행기다. 비행기를 타는 거야. 물론 비행기를 처음 타는 건 아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제주도 가면서 타본 적이 있다.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내가 탈 비행기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생각났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영화가 폭발하는 꿈을 꾸고 비행기에서 내린다. 그러자 친구 몇 명이 따라 내린다. 그리고 그의 꿈처럼 비행기가 폭발하는 내용이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다. 


  인도네시아 항공편을 이용해서 스튜어디스가 모두 외국인이었다! 긴장이 된다.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Ok와 Thank you 뿐. 어려서부터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내게 믿을 사람이라곤 영어 전공자인 와이프밖에 없었다. 나와 달리 해외 여행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와이프와 8시간에 걸친 기나긴 비행이 시작되었다.


  난생 처음 기내식도 먹었다. 중간 중간 음료도 주고 좌석 앞에 달린 액정으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도 할 수 있었다. 모두 난생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창 밖을 내다보았다.

 

  맙소사!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거지?!


  이번엔 미드 <로스트>가 떠올랐다. 비행기가 정체 모를 섬에 비상 착륙하고, 사람들이 조난을 당하고, 알고 보니 그 섬에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드라마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비행기가 높이 나는데 고장이 나면 비상 착륙이 가능하기는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나긴 비행 끝에 드디어 비행기가 착륙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이었다. 드디어 해외에 도착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국적인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면 끝장이야! 젠장! 이런 생각과 함께 와이프 손을 꼭 잡았다. 제발 날 버리고 가지 말라는 초롱초롱한 눈빛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신혼여행이자 나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와이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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