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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n 19. 2024

유튜브 프리미엄을 취소했다

몇 달 전에 YouTube Premium에 가입했다. 그때도 인문학 강의 영상을 계속해서 보던 중이었다. 영상 중간에 나오는 광고가 집중력을 방해했다. 그래서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광고가 없어서 편하긴 했지만 효율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집중이 안되었다. 그저 흘려듣는 경우도 많았다. 예전에는 엄청 집중해서 봤는데, 언제라도 볼 수 있으니 절실함이 사라진 듯했다. 좋은 강의 듣겠다고 가입한 게 내 손과 눈과 발을 멈추게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가끔 괜찮은 강의도 흘려듣듯이 하니 결국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결국 두 달 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취소했다. 광고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광고 시간이 무의미한 시청에 제동장치 역할을 주는 것 같다. 영상 중간에 광고 건너뛰기를 하면서 지금 나의 상태를 각성한다.

이제는 정말 보고 싶은 것, 중요한 것만 본다. 자제를 위해 일부러 불편한 상황을 선택했고,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경계가 생긴 요즘,

맥날 테라스에 앉아 있는 나.

지나가는 차종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자동차 바퀴 소리.

옆좌석 아빠와 딸의 다정한 대화.

차들의 백색소음 사이로 튀어 오르는 오토바이 소리.

녹음이 짙어지느라 위아래 채도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가로수.

흐린 하늘과 시원한 바람.

서서히 채워지는 옆 대형마트의 주차장.

뒷좌석 손님의 신문 넘기는 생경한 소리와 그 특유의 신문종이 냄새.

많은 사람과 자연 현상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

눈과 귀와 마음이 열려 있는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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