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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l 13. 2024

나의 흰머리

흰머리가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늘었다. 새치로 볼 수도 없는 반백의 상태이다. 보름만 지나면 가르마 사이로 흰머리뿌리가 올라와 눈에 띈다. 남들이 아무리 나를 보고 제 나이로 안 보인다고 하지만 거침없이 나오는 흰머리와 목주름은 나이를 감추지 못한다. 버티다 버티다 오늘, 한 달 반 만에 뿌리염색을 했다.

몇 년 전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던 강경화 장관을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나는 그녀의 백발 머리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놀랐다.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저 나이 든 모습으로만 보였던 백발이 새로운 시선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당당함에 내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지금도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머리를 기르면  아마 강장관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이 들어 보이는 게 두려워서 갈색 머리 염색을 여전히 하고 있다.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머리 염색을 할 ​​생각이 없다. 그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용기가 그때는 생기지 않을까? 그때가 되어 짧은 백발을 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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