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뮤직바에서의 저녁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21.

로컬 뮤직바에서의 저녁



저녁 식사 시간이다. 본인이 원하는 가게에서 먹으면 된다. 대부분의 가게가 영업을 일찍 종료하니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가이드가 소개해준 여러 가게들 중 본인이 원하는 곳에 내리면 되는 방식이다. 여러 선택지들 중 내가 선택한 곳은 뮤직바.



“자, 뮤직바 지나갑니다.”

“저요! 저 내릴게요!”



놓칠 새라 황급히 말했는데 옆 좌석에 앉아있는 커플도 이곳으로 정했나 보다. 텔레파시가 통한 듯 함께 외쳐서 내린 어두운 마을의 조용한 뮤직바.

계단 반 층을 내려가야 있는 가게의 문. 조용하다. 시골의 한 로컬바에 온 듯하다. 좌석에 털썩 앉는 나를 보고 커플은 묻는다.



“혹시 실례가 안 되면 저희 같이 밥 먹으실래요? 물론 혼자 있고 싶으시면 혼자 드셔도 돼요.”

“전 정말 좋죠! 감사해요. 제안해 주셔서.”




두 사람과 이야기하며 함께 먹은 저녁식사




보기만 해도 선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이 커플은 내 또래처럼 보인다. 새로운 메뉴를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나랑 비슷하다. 시드니에는 언제 왔는지, 내일의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남성분은 내일의 계획에 대해 주르륵 말해준다. 옆에 있는 여성분은 “오”, “아~” 와 같은 반응을 한다.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MBTI 테스트에서 J 성향인 남자친구가 알아서 계획을 다 짠다고 한다.



“여자친구는 처음 들을 거예요”



이 말 한마디에 박장대소했다. 호주에 온 이래로 미소만 짓고 다녔는데 이토록 껄껄 소리를 내며 웃는 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다. 혼자인 내게 실례가 될까 메뉴를 정할 때도 약간은 머뭇거리고, 혼자인 내가 민망하지 않게 서로가 아닌 나를 바라보며 대화한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마침 이곳, 이 순간에 함께 왔고 만나서 잠깐이나마 서로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저희 근데 사실 오션월드에서 시작해서 호주까지 오게 된 거예요.”

“네?!”



오션월드에 갈까? 그런데 돈을 조금만 보태면 일본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이, 거기서 돈 더 보태서 다른 곳 가자. 의 결과가 호주 시드니였던 것이다. 착한데 웃기기까지 한 커플이다. 마트에서 안작 쿠키를 까먹고 구매하지 못했다는 커플에게 내가 산 쿠키 몇 개를 나누어 주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그들은 안작 쿠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저녁식사를 사겠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에 재차 거절했지만 금액이 적게 나왔기에 본인들이 사고 싶다고 한다. 또 한 번 이런 인연을 만난 것이 감사하다. 잠시 만난 인연이지만.



한국에서의 다음 거처를 고민하는 나에게 서울 중심부 말고 강북 쪽으로 알아보면 충분히 살만한 자취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게 말해주던 커플.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다시 한번 말하고 싶어요. 즐겁고 고마웠다고.

그리고 결혼 축하해요! 좋은 일만 가득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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