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그림이야기_23
아부다비란 도시에 온 날은 한여름의 끝자락 8월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더웠지만, 사람들은 이제 좋은 날씨가 시작될 거라고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 낯선 곳에 온 지 100일 여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라면, 더 많은 곳을 자유롭게 다녔을 텐데… 코로나라 pcr test와 코로나 관련 제재 정책들, 확진자 수 등을 확인해야 하니 이미 ‘위드 코로나’라 해도 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UAE는 우리나라처럼 지역별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나라 전체 확진자 수만 공개한다. 우리나라 남한 비슷한 크기에, 1/5 정도 인구이니 확진자 수도 우리나라보단 훨씬 적다.
그래도 백신을 완료하지 못하고 입국한 나는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 백신 대상자 되기 전이고, 이곳에선 비자와 Eid를 받아야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 그 사이 이곳은 부스터 샷이 시작돼서 여유 있던 백신이 부족하기도 했고) 곧 백신 완료자가 되어 Al Hosn(백신 패스) green이 되는 것이 소원일 만큼. 아이도 물어본다. “ 엄마~ 언제 green 되는 거야?”
백신 완료 후 가장 가 보고 싶은 곳.
-이곳은 1,2차 백신을 맞고 28일 이 지나야 fully vaccinated 인증을 해 준다. 물론 30일마다 pcr 검사 필수이고. 코로나 때문에 모든 정책이 자주 바꿔니 자주 확인을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자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이곳. 곁에서만 보고 지나가도 흔한 모스크는 아니구나 느껴지는 규모. 그 안은 더 아름답다는데… 아부다비 100일 가까이 되어도 아직 못 들어가고 있다.
100일이 지나니,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길에 걷기도 밖에서 식사하기도 좋아지는 계절이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인 이곳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외국 살이… 해외 거주… 많은 변수들을 겪으며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코로나 시대 외국 살이 중이다. 서류 접수하고 결과 기다리고, 날짜 놓치지 않게 확인하고… 누락된 서류 있음 다시 찾아가고, 왜 진행이 더딘지 확인하고… 하나 잘되면 그 어느 때보다 좋아하고 안심하고…
그랜드 모스크에 들어가게 되는 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아부다비 새해맞이.
12월 중순이 되니 거리에 걸어 다니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바람도 선선하고, 걷기에도 좋은 날씨가 된 것이다. 공원에서 걷기도 좋다.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 정도? 20도 내외의 온도.
언제부터인가 이 도시에 2층 버스에 관광객들이 잔뜩 타고 city tour를 하고 있다. 예전엔 볼 수 없던 아부다비 도시의 모습이다.
이 시기 겨울인데 여름 날씨이니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무슨 옷을 입고 다니나요? 곧 입국하는데 무슨 옷을 가져가야 하나요?”
정답은.. “제 각각이요! 4계절 옷이 다 있어요.!”
40도 가까운 여름을 보낸 여기 사람들은 긴 팔, 스카프, 가끔 경량 패딩도 입는다. 영하를 경험한 우리나라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반바지에 반팔. 적당히 영하 정도는 아니어도 겨울을 겪어본 사람들은 긴 팔. 정말 추운 북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민소매 옷.
정말 다양한 겨울의 모습이다. 20도 남짓이지만, 이미 우리 몸은 더운 여름에 적응했는지, 서늘한 추위에 나도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으니.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겨울이 되는 확연히 느껴진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바람이 세게 불어오는 저녁.
Emirates Palace의 일명 ‘금 커피’ 한 잔.
Emirates palace hotel 카페에서 금가루 뿌려진 것으로 유명한 커피 한 잔. 금가루에 현혹되는 금 커피. 23k 정도의 금이라니 금가루만 떠서 먹게 된다. 이 도시에 오면 누구나 한 잔 마셔본다는 커피. 12월의 화려함에 어울리는 커피 같다.
Happy New Year!
깊이 있는 내가 되기 위해.
나이 마흔 넘어 남편과 아이와 시작된 해외살이는 5개월이 넘었다. 행정적인 일들이 꼬여 기다릴 일들이 아직도 많았다. “Should I have to WAIT?”라고 물으면, “Maybe you just wait.”라는 말만 돌아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기다려라…
‘기다림’은 그 끝에 설렘 가득한 기대를 가져오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은 참 길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시험 결과 기다리고, 로또 당첨 결과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 연락 기다리고, 요즘엔 pcr test 결과 기다리고…
수많은 기다림을 경험하고 지금이 되었을 텐데, 그 기다림의 무게가 가볍던 무겁던 기다리는 시간은 힘든 시간 같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괜찮아, 잘될 거야’ 위안 삼으며 스스로에게 믿음을 끊임없이 보낸다. 요즘 내가 그렇다.
이런 시간들은 견디지 못했다면, 지금 정도의 어른도 되지 못했을 텐데, 그래도 이만큼 여러 분야에서 버티고 기다려서 지금이 되었을 텐데. 그런 나만의 위안으로 다시 기다린다.
어른이 되면 다 초연해지고 어른 같은 말만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것 또한 아니네. 오히려 더 불안하고 어떤 일들이 생길지 경험치가 많아서 그런지 더 무모해지기도 쉽지 않고. 왜 어른들이 걱정이 많으신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 돌아보고, 그 기다림 끝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본다. 걱정이 지금을 망치지 않게.
해외 살이 5개월, 여러 일을 겪으며, 나중에 에피소드 정도이겠지만, 지금의 기다림을 어른이 되는 시간으로 되새겨 보련다.